양파의 저주?…인도 성장률 5%도 깨졌다

3분기 4.5%…6년여 만에 최저
소비 위축에 양파값 폭등 겹쳐
대규모 감세·금리인하도 역부족
인도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중앙통계국은 지난달 29일 인도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3%를 기록한 2013년 1분기 후 6년여 만의 최저치다. 인도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8.0%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소비 위축이 인도의 경기를 하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전하고 있다. 인도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9.4로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인도의 지난 4~9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제조업과 농업 부문 성장이 크게 둔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는 올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이 -1%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는 6.9%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인구의 55%가 종사하는 농업 부문은 같은 기간 2.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작년 3분기 성장률(5.0%)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외신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여러 노력에도 인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5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뒤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9월 법인세 최고 세율을 30%에서 22%로 내리는 감세를 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규모 민영화 계획도 발표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30일 향후 5년에 걸친 1조3900억달러(약 1640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5회 연속 인하했다. 2월 연 6.5%였던 인도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5.15%까지 떨어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상기후로 인해 양파값이 폭등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파는 인도인의 주된 식재료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농민 모두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현재 인도의 양파 가격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