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 V 페라리', 한계 속도에 도전한 카레이싱…美·유럽 자동차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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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4일 개봉 영화 '포드 V 페라리'오는 4일 개봉하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포드 V 페라리’(사진)는 실화를 바탕으로 스포츠의 긴장감과 인생의 아이러니, 대기업 조직의 허실 등을 고루 담아낸 수작이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이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찰기있는 이야기 구조에 마지막 반전까지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자동차는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싱을 석권한 페라리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엔초 페라리 회장에게 모욕을 당한 헨리 포드 2세 회장은 24시간 지옥의 경주를 펼치는 르망 레이싱 대회에서 페라리를 박살낼 차를 개발할 것을 지시한다. 포드 임원들은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한다. 셸비는 성격이 까다롭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레이서이자 정비공인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를 파트너로 영입해 신차 개발에 몰두한다.영화는 당시 레이서들과 포드 임원 간 위상을 흥미롭게 비교한다. 마일스는 정비소를 운영하지만 레이싱 차량을 개발하다 보니 빈털터리 신세다. 경기 출전 중에도 쉴 공간이 따로 없다. 그는 정비 공간에서 쪽잠을 잔다. 반면 임원들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군주처럼 군림한다. 헨리 포드 2세 회장은 레이싱 관람 도중 식사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간다.
대기업의 조직문화가 르망 레이싱 대회에서 1등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도 짚어낸다. 차량 성능을 높이려면 신기술을 속속 도입해야 하지만, 포드의 여러 임직원의 손을 거치는 동안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만다. 결국 셸비가 헨리 포드 2세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면서 활로가 트인다. 영화는 최고의 차량 개발에 몰두하는 두 주인공과 달리 자기 존재를 띄우기에 바쁜 중역 캐릭터를 시종 대비한다. 마일스와 셸비처럼 순수와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역사를 바꾸지만 그 공을 중역들이 차지하는 모습은 인생의 아이러니다.
하이라이트는 폭발적인 레이싱 장면이다. 근접 촬영해 속도감 있게 편집했다. 관객이 레이싱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맞물려 있다. 마일스와 셸비가 경주차를 자기 몸처럼 아끼고 한 걸음씩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차츰 주인공들에게 동화된다. 7000rpm의 한계 속도에 도달한 순간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마일스의 느낌을 관객과 공유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