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못 막는 '집시법 소음규제'

철도 주변 수준 80dB 넘어도
소음 처벌 건수는 2건 불과
집시법 개정안 국회서 '발목'
현행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소음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집시법상 주거지역에서 시위할 경우 확성기 음압이 65dB을 넘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평균치만 기준에 부합하면 제재할 수 없다는 허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소음 관련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올해만 500여 건의 집회가 열렸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동시에 청와대 앞까지 행진 시위를 한 지난달 30일 확성기를 통해 구호가 울려 퍼질 때마다 소음측정기 수치는 철도 주변 소음과 비슷한 70~80dB을 넘나들었다.

현행 집시법상 주간에 주거지역에서 집회·시위를 열 경우 확성기 음압이 65dB을 넘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집시법 제14조는 소음 측정 방식을 “확성기 등의 대상소음이 있을 때 10분간 측정한 소음도를 측정소음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65dB을 초과하는 폭음이 발생해도 평균치만 기준에 부합하면 제재할 수 없다.전문가들은 일시적 폭음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일본은 소음이 발생한 곳에서 85dB이 넘는 폭음을 내지 못하도록 규정한다”며 “국내에서도 3회 이상 폭음이 발생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환경소음 지침에서 수면장애 및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소음 기준을 하루 평균 55dB로 규정했다.

법 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발이 묶인 상태다.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