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리버스터 카드' 유효할까…여론 역풍 속 전략 '고심'

민식이법' 우선처리로 비판여론 막고 "독재악법 통과되면 공포사회" 여론전
민주당 "한국당과 대화 무의미"…예산안 원안 자동부의 새 변수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해 자유한국당이 꺼내든 집단 필리버스터 카드가 정국에 초대형 태풍을 몰고 오며 다음 선택에 실리는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특히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본회의 무산으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한국당에 쏟아지는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한국당으로선 셈법이 한층 복잡해 졌다.

한국당은 일단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을 전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일단 한국당은 조속히 본회의를 열어 지난달 29일 본회의 상정 예정이었던 199개 법안 중 민생 및 비쟁점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상태다.

'민식이법' 등 시급한 법안을 먼저 통과시켜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고, 이외 법안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며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원천 봉쇄한다는 속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계속해서 불법으로 진행하는 여당에 대해 합법적인 저항의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지난달 29일 본회의 무산은) 필리버스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아예 국회 자체를 봉쇄한, 사상 초유의 폭거이자 정치적 테러"라며 "여당의 정치적 계산과 그 우선순위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첫째도 야당 무력화, 둘째도 야당 무력화다.

민식이법, 민생법안은 안중에 없는 정당이 여당"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제안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대해서도 "'민식이법'은 애초부터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

(제안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방어를 뚫기 위해 2가지 변칙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첫 번째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직권상정 하는 시나리오다.

국회법상 예산안은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해 예산안 처리는 바로 이뤄지고 해당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중 우선 상정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이뤄진다.

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면 다음 회기 때는 곧장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이달 10일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면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가동해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번째는 정기국회가 끝난 뒤 임시국회를 짧게, 여러 차례 여는 시나리오다.

12월이나 1월 열리는 임시국회 기간은 문 의장 재량이다.

이같이 이른바 '살라미' 식으로 임시국회가 열리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전(前) 회기 필리버스터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선거개혁 관련 선거법 개정안 1개, 검찰개혁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2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2개 등 총 5개다.

임시국회 4번을 반복하면 모두 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당의 기습적인 필리버스터 작전에 더 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며 강경 모드로 선회한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과 함께 예산안으로 '역습'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예결위가 활동 시한(11월 30일)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정부 원안이 1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과거 예산 심사가 지연돼도 원내 교섭단체 간 합의로 예산안 수정안을 만들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예결위 활동 시한을 연장해 심사를 마치고 수정안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패스트트랙 전면전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여야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공조 세력'과 별도의 수정안을 만들어 표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김재원 예결위원장은 통화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회 예산심사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에 준해서 막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