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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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에 멈춰선 국회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정쟁에 민생·경제법안까지 희생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는 ‘핑퐁게임’을 하듯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민주·한국당 서로 책임전가
이인영 "집단 인질범 수법"
나경원 "與가 본회의 막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 “정치적 폭거”라며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했다. 이어 “20대 국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기획” “집단 인질범의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어린이 보호를 위한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에서 제외하고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식이법을 통과 못 하게 한 것은 여당이며 우리는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날(지난달 29일) 본회의가 열렸다면 민식이법은 통과됐을 텐데 여당이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내일이라도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만 처리하자고 한다면 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민식이법은 처음부터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고 본회의 개의 요건인 (의원) 5분의 1 이상 신청을 충족했는데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누가 국회 문을 닫고 있느냐”며 “(민주당은) 근본 없는 여당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라”고도 했다.민주당과 한국당이 본회의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원포인트 본회의’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오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를 소집해 민식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 유치원 3법, 원내대표 간 처리에 합의한 데이터3법과 국회법 등 민생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민주당과 한국당에 제안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사태 해결을 위해 정치적 양보가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쪽(한국당)에 물어보라”며 “(더 이상) 우린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집단 협박범의 수법’에 비유한 뒤 “국민과 민생을 볼모로 잡아 국회를 봉쇄하고자 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고 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20대 국회 내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소상공인기본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199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수소경제법)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소부장 특별법)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벤처투자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이 들어 있다. 이 외에 △청년기본법 △소상공인기본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 등 피해 지원을 위한 민생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