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모성 신탁 판매 허용' 은행권 건의 거부

"이해하기 쉽거나 위험성 크지 않은 신탁상품 판매해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신탁을 은행 창구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투자자의 이해가 쉽거나 최대 원금 손실률이 20~30% 이하인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신탁상품을 구성하라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모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의 은행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는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2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 안에 공모펀드를 넣었다고 사모펀드가 공모펀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공모펀드로 구성했다고 신탁상품이 공모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을 사실상 구분할 수도 없는 만큼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발언은 금융당국의 DLF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은행권의 주요 건의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DL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고난도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도 금지했다.

안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 특성상 위험 상품 취급에 따른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다.여기서 고난도 상품은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 중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이해하기 쉬운 단순 구조의 주식·채권·부동산 펀드, 고난도 파생상품이 포함됐지만 여러 안전자산을 담고 있어서 예상 손실률이 20~30%를 넘지 않는 상품만 은행 창구에서 팔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이번 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공모상품을 담은 신탁상품은 은행 창구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했다.신탁이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고 공모펀드 역시 강한 규제 대상인 만큼 공모펀드를 담은 신탁 상품은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해 특히 불만이 많다.

40조원 상당의 ELT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한다.

이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팔면 ELT다.

은행권이 공모 상품을 담은 신탁 상품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처음 내놨을 때 당국의 입장은 비교적 전향적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은 신탁 상품 특성상 공모와 사모를 분리할 수 없다는 내부 결론을 도출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2주간에 걸쳐 은행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만큼 이외에도 다양한 건의사항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