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위 신설 등 서울의료원 '태움' 대책 발표…원장 사의(종합)

간호사 지원전담팀 구성·조직개편…고 서지윤 간호사 순직 예우키로
간호 책임자 징계는 빠져…시민대책위 "추상적이고 미흡"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서울의료원이 원장 사퇴와 더불어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과 조직 개편 등 혁신 대책을 추진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책임자 징계가 빠진 대책이라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의료원은 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5대 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에 앞서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사임 의사를 시에 전달했다. 이번 대책은 올해 1월 5일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내놓은 대책이다.

진상대책위원회 조사 결과 서 간호사의 사망 배경에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이 있던 것으로 나타나자 의료원은 대책을 마련해왔다.

서울의료원은 우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심리,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감정노동보호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접수부터 처리와 구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처리 결과를 공개한다.

의료원은 또한 간호 인력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경력간호사 30명 이내로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운영한다.

전담팀은 선임 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병가·휴가 등에 따른 인력 공백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지원한다.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근무표 개선위원회도 신설한다.

평간호사 위주로 구성된 개선위원회는 병동·근무조·직종에 맞게 근무표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업무 특성을 고려한 업무 공간과 자리 재배치를 추진하고, 행정업무 간호사 업무 지침을 마련한다.

의료원은 또한 현재 3년 차 간호사에게 적용 중인 1개월 무급휴가는 7년 차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인사팀과 노사협력팀을 신설해 조직개편을 하고, 전담노무사도 둘 계획이다.

회계·감사 등 전문 분야에는 외부 인력을 채용한다.

의료원은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도 추진한다.

직무 분석을 통해 실근로시간과 직종 및 직무 등을 고려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 협의를 거쳐 출퇴근 시간 확인 시스템을 도입한다.

의료원은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서는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하기로 했다.

추모비 설치를 추진하고, 유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원할 경우 필요한 행정 절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장유식 혁신대책위원장은 "서 간호사 사망 사건의 인과 관계 판단이 쉽지 않다고 봤지만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순직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은 장기과제로는 경력개발 교육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과 협력해 전체 시립병원 의료인력을 위한 공통직무교육을 개발하기로 했다.

진상대책위원회가 요구한 간호부원장제 도입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

장 위원장은 "서울시가 혁신안 시행에 약 36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서울의료원은 강력한 실행력을 담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은 서울시에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 원장이 오늘 중 거취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것"이라며 "사의 접수 후 후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9월 노조,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가 개선안 마련을 요구한 지 3개월 만에 나온 대책이다.

서울의료원은 진상대책위 권고안과 더불어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서울의료원 혁신대책위원회가 제시한 혁신방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장을 제외한 책임자 징계 등은 빠져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대책위 양한웅 공동대표는 대책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대책이 추상적이고 아주 미흡하다"며 "이것만으로 '태움' 문화가 바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 대표는 "간호 책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는 이유로 아직 의료원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며 "당장 이동조치를 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강경화 한림대 교수도 "대책안이 매우 형식적이고,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혁신 의지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