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만들어낸 담론, 베스트셀러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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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열풍 여전, 실용적인 인문서도 인기에세이 열풍이 올해도 계속되는 가운데 역사관, 젠더, 세대 간의 갈등이 만들어낸 담론이 베스트셀러 목록의 한편을 차지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올해(1월1일~11월30일) 책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출판계 트렌드를 2일 발표했다.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소설가 김영하가 쓴 <여행의 이유>였다. 올 5월부터 3개월간 예스24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한 책이다. 에세이의 인기는 2017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부터 지난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 별로는 40대가 44.2%, 30대가 24.8%로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남녀 구매자 비율은 3대 7로 전년과 마찬기자로 여성 독자 비율이 높았다.무엇보다 올 한해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불거진 갈등도 베스트셀러로 반영됐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발표에 따른 한·일 경제 전쟁, 영화 ‘82년생 김지영 개봉과 90년대생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 등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면서 관련 도서의 판매를 자극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 <일본회의의 정체>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에 관심이 쏠렸고 30대 한국 여성들의 삶을 그려 성평등 문제를 환기시킨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영화 개봉과 맞물려 다시 화제가 됐다. 90년대생들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90년생이 온다> <포노 사피엔스> 등도 올해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3위, 34위에 올랐다.
에세이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병률 류지화 등 시인과 김훈, 김애란, 김연수 등 소설가들도 잇따라 신작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축구선수 손흥민의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등 명사들의 글과 글배우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손힘찬의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들의 에세이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했다.에세이와 함께 사랑을 받은 인문서 중에서는 실용적인 지식을 전하는 교양서의 판매가 높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철학 사상을 담아 입소문을 탔다. 고된 삶 속 의미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12가지 인생의 법칙>, 마음의 허기를 치유하는 길을 담은 <당신이 옳다> 등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내에 들었다.
독서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책 내용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영상이 책 판매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한 단어의 힘> 등이 대표적인 유튜버셀러(유튜버+베스트셀러)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