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보행자가 잘못해도 스쿨존 사고는 징역형?' 민식이법 통과 우려 목소리

민식이법 통과 사회적 목소리 높아져
30km 속도 준수했을 땐 해당 안 돼
통과되면 스쿨존 교통사고는 강간보다 높은 처벌
강용석 "사회적 공감대 형성후 법안 통과돼야"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 (사진=연합뉴스)
"민식이 사건 가해자가 23km로 서행했었다고 재판에서 드러났어요. 서행 중이라도 갑자기 주정차차량 사이에서 어린이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반응속도와 제동거리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스쿨존에서 중대과실로 사망 사고내면 최대 무기징역이라는데 사고는 누구라도 낼 수 있는거고 그게 100% 운전자 과실일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그렇게 법을 강하게 정해놓으면 무서워서 어디 운전할 수 있겠나요.""법은 감정적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감정적으로 법을 만들면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할 뿐입니다. 아이 잃은 부모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 자동차가 2500만대가 넘는데, 이 모든사람들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검찰개혁 관련법을 막기 위해 민생·비쟁점 법안 199개에 대해 무차별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전략을 구사하면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올스톱’돼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여당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시급한 민생 법안만이라도 처리하기 위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자유한국당도 '민식이법'을 둘러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한 민식군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9월 10일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 내 큰아들 민식이를 하늘의 별로 보낸 엄마”라며 “유족들은 국민청원 통해 이런 일 막아달라고 외쳤고 기자회견 수도 없이 했다.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 만들었지만 단 하나 법도 통과 못 하고 국회 계류중”이라고 빠른 처리를 호소했다.문 대통령은 또한 다음날 운전자들이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의 심금을 울린 '민식이법' 통과 움직임 속에 무조건적인 강행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개진돼 눈길을 끈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식이법' 법안 발의 자체가 한 달도 안됐다"면서 "정부 법안도 통과까지 8개월 이상 걸리는데 한 달도 안된 걸 통과시키라고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강 전 의원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는 할 수 있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3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다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하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변호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면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면서 "형사처벌의 기본 원칙은 '고의'다. 교통사고는 '과실'이다. 일부러 저지른 교통사고는 살인이며 과실 사고와는 전혀 다른 범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 과실치상은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죄가 안되고 교통사고 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서 "'과실'은 범죄를 일부러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는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과실로 사고가 생겼을때 어떤 식으로 처벌하자는 법률이 100년간 이렇게 5년 이하 금고형에 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정지역(스쿨존)에서 사고나서 사망하면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강 전 의원은 "과실과 고의가 다르게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강훈식 의원과 민식이 부모는 그런 인식이 없다"면서 "민식이 부모야 자기 자식이 죽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사고가 일어난지 두 달 밖에 안됐다. 흥분해서 법 만들면 안되는게 현대사법 체계다. '민식이법' 통과되면 스쿨존 교통사고가 강도나 강간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택배기사, 택시운전 등 영업으로 차를 모는 분들은 하루종일 운전하는데 그런 분들이 사고냈을때 3년 이상 징역형 받아야 하나, 스쿨존 교통사고 낼 확률 가장 높은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라고 지적했다.

강 전 의원은 "아이 잃은 부모도 비통하지만 부모 잃은 자식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어떤 유족은 다른 유족에 비해 더 보호받아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고 30km 이상으로 주행했다가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즉 29km의 속도로 달리다 사고로 아이를 사망케 한 경우에는 '민식이법'이 적용이 안되고 31km로 달리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된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민식이법은 통과되면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법안이 통과가 되면 스쿨존내에서 교통사고 사망시에 3년이상 징역, 12대 중과실일 경우엔 무기징역까지도 간다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닌거 같다고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동감을 끌어냈다.

게시자는 "도둑놈 잡자고 도둑질하면 무기징역 혹은 사형이라는 식의 이런 법안은 통과가 되면 안된다"면서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운전자가 운전수칙 다 지켜가면서 운전하는데도 아이들이나 성인이 무단횡단한다고 차 사이 비집고 갑자기 뛰어들면 대처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나 깜깜한 밤에는 더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민식이 아이 같은 경우에도 가해차량이 23km로 운행을 했다고 하는데 사고가 난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다고 법을 이런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통과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댄 지금도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한 과실 범위를 명확하게 해줄 재판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식이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제한속도를 위반해야 된다. 즉 30km 이상 속도로 운전해야 적용되는 것이다"라며 "이미 발생한 민식이 사건의 피의자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민식이' 같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저물어버린 어린 생명이 다신 없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어른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서 "속도위반여부에 따라 가중처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절대 우선되는 교통문화가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cctv설치 단속카메라 설치와 같은 물적장비의 확충도 중요하다. 그러나 하굣길에도 국가기관 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합동해서 직접 사람이 나와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

둘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사각지역을 없애야한다. 가로수 정비 불법주정차 단속을 해야한다. '민식이법'이 사망 사고발생시 형량을 무기 징역까지 올렸다면 불법주정차 단속 과태료도 이것에 비례해서 상향해야 한다.

셋째, 어린아이들의 교통안전교육이 중요하다. 하교시 학교에서는 제일 우선적으로 도로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해서 어린이들 머리에 각인이 되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하교시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하는 차량은 언제나 즉시 정차가 가능한 속도를 유지하고 운전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서행하는 차량에 대해 경적이나 상향등을 켜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양보와 배려 운전을 해야한다.
승 연구위원은 "이처럼 사람이 절대적 우선되는 교통문화가 정착될 때 민식이 사건과 같은 가슴아픈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