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다이어트 복병, 의외로 ‘식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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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다이어트 의지를 꺾는 것 중 하나가 ‘식곤증’이다. 식사 후 졸리고 나른함을 느끼다보니 활동성은 떨어지고 늘어지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로 활동량이 떨어지는 겨울에 식곤증까지 더해지면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하지 못해 지방이 쉽게 붙는다.
필자를 찾는 적잖은 의료소비자들도 ‘식곤증’이 겨울까지 지속돼 혼자서 다이어트를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백한다. 식곤증은 흔히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봄철의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뒤라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과식을 하거나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단을 택할수록 식곤증의 정도는 심해진다. 결국 식곤증도 식단과 연관이 있는 셈.
밥만 먹고 나면 마치 물에 푹 젖은 이불처럼 몸이 무겁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식으로 인한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와 탄수화물 속 과도한 트립토판을 원인으로 꼽는다.
우선 위장·소장에 음식이 들어오면 자율신경계에 변화가 생긴다. 우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자연스럽게 교감신경계 활성은 줄어들며 생기가 떨어진다. 말 그대로 ‘저에너지 상태’로 접어들어 몸이 스스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체내로 들어오는 음식량이 많을수록 부교감계 활성이 커진다. 살짝 배고픈 듯 있을 때 업무나 학업에 집중이 잘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이뿐 아니다. 이같은 부교감 활성화를 더 빠르게 만드는 음식 성분이 있다. 바로 ‘탄수화물’이다.
식사를 하면 포도당이 공급되며 일시적으로 혈당이 높아진다. 특히 탄수화물, 그 중에서도 고혈당을 유발하는 단순당을 많이 섭취했다면 혈당이 더욱 빨리, 급격히 오른다. 이때 혈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체내에서는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다시 이로 인해 일시적인 저혈당이 유발돼 졸음이 오는 것이다.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단 하나다. 즉, 인슐린 혼자 ‘혈당을 낮추는 업무’를 혼자 수행하다보니 몸이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쌀밥, 면·빵 등 밀가루 음식은 허벅지·복부지방을 통통하게 쌓이게 할뿐 아니라 혈중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만드는 식품으로 식곤증을 유발하는 대표주자들이다. 물론 다이어터라고 해서 탄수화물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잡곡밥·통밀 등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다만 평소보다 당분을 많이 섭취했다면 바로 몸을 움직여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점심식사 후에는 가벼운 산책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도 좋은 습관이다.‘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 성분도 식곤증을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아미노산이 인체에 흡수되면 세로토닌을 거쳐 멜라토닌으로 전환되며,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은 졸음을 유발한다. 트립토판은 치즈, 붉은 고기, 계란, 생선, 참깨 등에 풍부하다.
이를 토대로 봤을 때, 다이어터들은 점심식사 메뉴로 ‘혈당 롤러코스터’를 태워 컨디션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고탄수화물 음식,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
식사를 할 때에는 약 2% 정도 속을 비워둬야 졸음이 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약간 배고픈 상태일 때 운동 수행능력도 더 높아지고, 칼로리를 태우는 데에도 유리하다. 몸이 활기찬 상태를 유지해야 다이어트를 오래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