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7만원짜리 알바가 만족도 높다고?…생계 막막한 노인들 두번 울리는 정부

일자리 찾는 노인 다수가 생계형
정부사업엔 "급여 적다" 손사래
정작 '용돈벌이' 지원자가 대부분

"세금으로 생색만…현장은 몰라"
“집에만 있던 노인이 일자리 사업에 나와 어울리면 심리적 만족감이 높다.”

정부가 공공 노인일자리 사업을 홍보할 때마다 쓰는 ‘단골 멘트’다. “급여가 월 27만원에 불과한 ‘노인 알바(아르바이트)’ 수준으로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기고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자아 존중감 향상 등에도 효과가 있다”며 “단순히 ‘용돈을 쥐여주는 사업’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취업 알선 실무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남부권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60, 70대 노인이 일자리를 구하려는 것은 십중팔구 생계를 위한 것”이라며 “만족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부권의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일하고 싶다는 노인에게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천하면 대부분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일이 아니다’며 고개를 흔든다”며 “최소 1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바라는 분들로서는 의미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무자들은 상당 부분의 공공 노인 일자리는 ‘해당 수입이 없어도 살 만한 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뚜렷한 구직의사 없이 복지관 및 시니어클럽을 찾았다가 “노느니 해야겠다”며 지원하는 노인이 많다는 것이다. 한 실무자는 “정말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공공 노인 일자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대폭 확대됐음에도 노인 빈곤율이 악화되는 이유다.노인 일자리 알선 기관 관계자들은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민간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의 한 인력중개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업체들도 눈높이가 높아져 노인 구직자들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인들의 활동이 많은 일부 업종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 기준을 완화해주면 노인을 구하려는 민간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