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복지' 집행 부진·중복 논란에 잇단 보류…꽉막힌 예산 심사
입력
수정
지면A5
삭감하려는 野 - 원안 유지하려는 與 팽팽히 맞서“자기 돈이면 그렇게 쓰겠습니까? 국민 돈으로 헛발질하는 겁니다.”
'건보 인원 4배' 사회서비스원 논란
복지부 예산 예결위에 못넘겨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복지부가 내년에 121억원 예산을 편성한 사회서비스원 사업에 대한 비판이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은 “현금복지 규모가 상당한데, 이렇게 계속할 것이냐”고 질타했다.국회가 일자리·현금복지 사업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예산 심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관련 사업에 대해 대규모로 심사가 보류된 데다 아직 일부 상임위원회도 예비심사 단계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삭감하려는 야당과 원안을 유지하려는 정부 부처, 여당이 팽팽히 맞서면서 올해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사회서비스원에 막힌 복지부 예산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는 사회서비스원 예산을 두고 여야 의견차로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보육과 노인, 장애인 관련 복지를 통합서비스로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은 2022년 고용 인원이 6만3000명에 달해 현존하는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국민건강보험공단(1만6118명)의 네 배 규모가 된다.정부는 올해 59억7000만원인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120억5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민간에 시간제로 고용돼 있는 노인 요양보호사를 앞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게 되면 매년 4000억원 안팎의 추가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명연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은 올해 시범사업에서 많은 질타를 받은 사업”이라며 “여야를 떠나 이 사업은 (예산 배정을) 안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대상자 중 월 최대 30만원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20%에서 40% 노인까지 확대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이날 가까스로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보건복지위 예산소위에서 줄곧 “총선을 앞둔 선심성 현금 살포”라며 기초연금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 관련 법안도 묶여 있었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11조4952억원에서 내년 13조1765억원으로 증액된다.‘전액 삭감’ 의견 나온 일자리안정자금
예결위 심사에서도 현금복지·일자리 사업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예산에서는 최저임금 지원사업인 일자리안정자금(2조1647억원)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정부가 한시적 운용을 단서로 달았던 데다 법적 근거도 없다는 이유 에서다. 여야 간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이 사업 심사는 보류됐다.
청년구직활동 지원금(1642억원)도 도마에 올랐다.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은 졸업·중퇴 후 2년 이내인 미취업 청년(18~34세)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야당 예결위 의원들이 “올해 예산이 10월 기준으로 집행률 40.7%에 불과하다” “취업률 제고 효과를 알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삭감을 주장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 사업(674억원)은 여야 논의 끝에 예산이 202억원 삭감됐다. 이 사업은 올해 예산 375억원 중 집행이 6.3%인 23억원에 불과한 점이 문제가 됐다.
중복·비슷한 복지·일자리 사업도 ‘보류’
다른 부처에서도 복지부, 고용부의 복지·일자리 사업과 중복될 우려가 있는 사업이 논란이 됐다.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을 활용한 장학금 사업은 여야 간 이견으로 심사가 보류됐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용품을 사주는 사업 성격 때문에 야당 의원들로부터 “복지사업으로 분류돼야 한다” “다른 복지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산림청의 스마트산림복지구축사업(31억원)은 전액 삭감 의견이 나와 보류됐다. 야당 의원들은 “복지를 내세웠지만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업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산림청의 숲가꾸기(850억원) 사업은 ‘유사 일자리 사업’으로 지목됐다. 야당 의원들이 “고유 목적인 숲 가꾸기 대신 공공일자리 창출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해 심사가 보류됐다.
임도원/고은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