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어하루' 김혜윤 "하루와 백경, 제 선택은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은단오 역 김혜윤
데뷔 7년 만에 첫 주연
탄탄한 연기력으로 '어하루' 이끌며 차세대 배우 자리매김
"저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지난달 종영한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의 16회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순정만화 속 조연과 이름도 없던 단역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개척하는 거다. 올해로 데뷔 7년차. 그동안 많은 단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지난해 JTBC 'SKY캐슬' 강예서를 거쳐 '어하루'의 주인공을 꿰찬 김혜윤의 실제 모습과도 여러 부분이 맞닿아 보인다.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어하루'에서도 등장하지만, 'SKY캐슬' 이후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김혜윤이 "이름없는 역할도 많이 했다"면서 한 말이기도 하다.

'어하루'는 김혜윤의 데뷔 후 첫 주연작이다. 심지어 누구에게 기대는 것 없이 오롯이 김혜윤이 극을 이끌고 간다. 극의 90% 이상 출연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담당했다. 만화의 줄거리대로 흘러가는 '스테이지'와 캐릭터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쉐도우', 여기에 '비밀' 작가의 전작인 '능소화'까지 배경으로 등장하며 복잡할 수 있는 구성을 김혜윤은 각각 차별화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했고, 화제성 지수에서도 인기 프로그램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개월 '어하루' 은단오로 살아왔던 김혜윤 역시 '어하루'로 받은 사랑에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부터 드러냈다.
▲ 신드롬을 일으켰던 'SKY캐슬' 이후 '어하루'에 주연으로 발탁됐어요. 부담도 컸을 텐데요.

주연이 주는 압박감보다는 특히 초반부를 저 혼자 끌고 나가는 서사라, 그런 부분이 부담이 됐어요. 내용이나 소재가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인데, 단오라는 캐릭터를 김혜윤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이해시킬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도 되고 압박이 됐어요. 어려웠던 만큼 끝나고 난 지금 아쉬움도 남지만 계속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어하루'를 처음 찍을 때가 여름이었는데, 여름만 되면 생각날 거 같아요. ▲ 실제로는 올해 2월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전작에 이어 또 교복이에요. 부자집에서 자란 모범생이라는 '설정값'도 같고요. 분명 내용은 다르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교복을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던 거 같아요. 학원물, 하이틴 드라마를 할 수 있어서 전 더 좋았어요. 분명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전작이랑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이전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 6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을 텐데요. 분량이 워낙 많아서 외워야 할 대사도 많고, 액션도 적지 않았어요. 이게 체력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니까 뒤로 가면서 집중력이 떨어졌어요. 몰입이 제대로 안되서 스스로 속상했어요. 링거도 2번이나 맞았어요. 방송 이후 화제가 됐던 하루가 단오의 가방을 돌려 눈을 맞추던 장면도 링거를 맞고 정신없이 찍었어요. 힘들어 할 때마다 주변 스태프 분들과 2학년 7반 친구들, 감독님이 응원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스테이지에서는 오글거리는 대사도 있었잖아요.(웃음)

맞아요. 털이 솟는 느낌도 들었어요.(웃음) 손가락이 안펴지는 그런 부분들이 스테이지에선 있었죠. 연기를 할 때에도 힘들었어요. 일단 스테이지 속 단오는 제 성격이랑도 많이 다르고요. 할 말 못하고, 욱 하려다 참고, 눈물만 그렁그렁 거리고 '백경아' 하는 건 정말 연습 많이했어요. 침착함 이런 건 저랑 거리가 있는 감정이라서요.▲ '능소화' 속 사극도 처음 아닌가요?

맞아요. 그래서 장르가 생소했어요. 사극 말투도 낯설고요.

▲ 힘들었던 촬영장에서 가장 힘이 된 사람은 누군가요?

제가 어제 허락을 받았어요. 저는 좋지만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웃음) 2학년 7반 친구 중에 실제 친구가 있었어요. 한수다 역에 정지현이라는 배우에요. 대학교 동기이자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할 때 룸메이트였어요. 성격도 너무 잘 맞고요. '어하루' 종영하고 '겨울왕국2'도 그 친구와 함께 봤어요. 어디 놀러가거나, 공연이나 영화를 볼 때에도 항상 그 친구랑 같이 다녀요. '어하루'는 저에게는 첫 주연, 그 친구에게는 첫 고정 작품이라 서로에게 의미가 깊어요.

▲ 백경과 하루는 어떤가요? 극중 은단오는 하루만 바라보지만, 실제 김혜윤의 선택이 궁금해요.

제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요. 일단 하루는 말도 느리고 답답한 설정이에요. 말수도 적고요. 백경이는 무서워요. 후반에 짠해지는 서사가 있긴 하지만요. 단오에게 상처를 준 게 인간 김혜윤에게도 남아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결론은 둘다 아닙니다.(웃음) 실제 이상형은 만나면 즐거운 사람, 재밌는 사람이 좋아요. 일단 '어하루'에는 제 이상형이 없더라고요.
▲ 시청자 반응도 폭발적이었어요. 어떤 반응이 가장 좋던가요?

칭찬은 다 좋아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최근에 팬에게 받은 편지인데, 삶에 의욕도 없고 힘들었는데 단오를 보면서, 저라는 사람을 보면서 활력을 얻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뭉클하고 감사했어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는구나 싶었고요.

▲ 로운(190cm), 이재욱(187cm) 씨와 혜윤(160cm) 씨가 키 차이가 많이 나니까 "바람직한 신체 차이"라며 근무 환경을 부러워 하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커도 너무 커서 끝날 때까지 적응이 안됐어요. 제 주변에 그렇게 큰 사람이 없어서 지나가다 보더라도 '진짜 크다' 하고 볼 분들이에요. 하루, 백경이 뛰어오면 사람이 갑자기 너무 커져서 깜짝깜짝 놀랐어요. 그분들은 그냥 대본을 든 건데 얼굴이 스치기도 하고요. '왜 얼굴이 여깄지?' 이런 말을 저희끼리 정말 많이했어요. 그들한테는 가슴과 팔 높이인데 저한테는 얼굴이니까요.

▲ 최고의 한 해를 보냈어요. 연말 시상식도 기대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다른 부분에선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데, 연기에서는 낮더라고요. 뭔가를 기대한다거나 하지 않아요. 너무나 대단한 배우들도 많고요. 시상식 보다는 연말엔 촬영하면서 하지 못한 것들을 소소하게 해보고 싶어요.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만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놀러다니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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