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합의 불발에 대비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진=REUTERS
미·중 합의의 실질적 데드라인은 오는 15일입니다. 관세 철회를 논의하는 가운데 1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다면 합의에 대한 기대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7일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긴장감이 다시 높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합의 불발에 대비해 보험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아침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를 엄청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건 미국 농부에게 좋지 않다. 이들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당장 복원한다”고 갑작스레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작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런 뒤 작년 8월30일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 대해 선별적 면제를 허용했지만 이를 다시 뒤집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일 트윗
월가에선 뜬금없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꼭 찍어 관세를 매기겠다는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환율이 떨어진 것이지, 특별히 시장개입을 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미국 농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걸 주목합니다. 결국 철강 알루미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이들이 미국을 대신해 중국에 대해 농산물 수출을 늘린 걸 겨냥한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들 국가가 중국에 수출을 증가시키자 미국 농부들은 수입 감소에 신음하고 있고, 중국은 별 피해없이 대두 등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압박해 대중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중국에 간접 압력을 가하려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즉각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사항을 얘기할 수 있으며, 나는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일 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아침, 저녁 두 차례나 트위터를 통해 미 중앙은행(Fed)을 공격했습니다.

아침에는 브라질·아르헨티나에 대한 철강 관세 부활과 관련해 “많은 나라가 통화를 평가절하해 강한 달러를 더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금리를 더 낮추고 (통화정책을) 완화하라 - Fed!”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오후엔 “파월의 잘못된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등 Fed의 말도 안되는 정책으로 촉발된 강달러가 제조업자들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미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낮은 48.1로 나온 데 대한 책임을 Fed에 돌린 겁니다.Fed는 오는 10~11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합니다. 현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파월 의장도 여러 차례 당분간 경기를 지켜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런 Fed에 다시 금리 인하 압력을 가하는 건 뭔가 미·중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경기 및 시장 하락에 대해 보험을 들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홍콩인권법 서명이 중국과 합의 가능성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더 쉽게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일이 생길 지 지켜보자”고 답했습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홍콩인권법과 관련해 “당분간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고, 홍콩 시위와 관련해 입장을 냈던 일부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또 환구시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하원이 위구르인권정책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관련 블랙리스트(신뢰할 수 없는 기업) 공개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리스트에는 퀄컴 인텔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경우 1단계 무역 합의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