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커지면…"증시서 발 빼고, 달러 자산 늘려야"['D'공포 논쟁⑦-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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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800선 붕괴, 변동성 큰폭 확대올해 9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6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초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11월까지 0%대를 기록 중이다.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에 빠뜨린 디플레이션(deflation)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 경제가 맞닿은 새로운 국면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안전자산 쏠림…채권 가격↑, 금리↓
원·달러 환율 '1400원' 급등 가능성도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년까지 저물가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디플레이션 가정하에 국내 주식, 채권, 외환 시장에서 벌어지게 될 일들과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주식시장, 코스피 1800선 붕괴…"사실상 발 빼야"디플레이션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단연 국내 주식시장이다. 국내 경기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현재 21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코스피지수는 1년내 1900선 이하로 급락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800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식시장이 붕괴될 경우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 경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실물경기는 악화된 상황에서 유동성으로만 증시가 오르는 불안정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조재성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장은 "주식시장은 소비 정체와 기업의 투자 위축 등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부동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장 가치에 왜곡이 생기면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연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7일부터 21일간 5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을 디플레이션 전조 현상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반면 안전자산(달러, 선진국 국채, 금)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디플레이션이 올 경우 사실상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게 좋다"면서 "달러나 안전자산인 미 증시의 배당 종목에 투자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디플레이션으로 채권 수요가 확대되고 금리가 떨어질 경우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안전자산으로 채권의 매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센터장도 "채권으로 돈이 몰리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가격은 오르는데 금리는 내려가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채권 시장도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급등…달러 비중 늘려야
외환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로 원화 약세가 예상된다. 현재 1200원선에서 머물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디플레이션이 확인되면 1300원을 넘어 140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화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달러 강세로 수출 산업은 단기간에는 이득을 볼 수도 있겠지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해진 만큼 이득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 비중을 낮추고 선진국 국채와 달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환율이 예상을 넘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을 미리 고정해 수익률을 정하는 '환헤지' 상품보다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반영하는 '환노출'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박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달러 자산과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환노출 펀드 등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유리한 상품"이라고 언급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