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달여만에 또 삼지연行…'포스트 연말' 대비하나

경제건설 모델 삼지연서 '자력갱생' 강조…"도전 짓부시며 도도히 전진"
협상교착에 제재 장기화 대비 돌입한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중요 고비 때마다 향했던 백두산을 한달여 만에 다시 찾아 주목된다.특히 북미 협상의 공전 속에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내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속 경고해온 북한이 향후 국정방향의 '중대 변화'를 예고하며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 준공식에 참석해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한달여 사이 벌써 두 번째다.앞서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어렵게 재개된 북미 실무대화가 파행한 직후인 10월 말에도 백두산과 삼지연군을 찾아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자력갱생 의지를 피력했다.

행정구역으로 백두산을 포함하고 있는 삼지연군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혁명활동 성지'(聖地)이자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密營)'이 자리한 곳이다.

백두산과 삼지연은 이런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외교적으로 중대한 결심을 하기 전에 고심하며 중대 결정을 하는 '무대'로 종종 활용됐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 변화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올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시험발사 후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직후로, 사실상 북미 및 남북 대화를 모색한 계기였다는 평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 탈상을 앞둔 2014년 11월, 고모부 장성택을 '일인체제에 반기를 든 죄목'으로 처형하기 직전인 2013년 2월에도 백두산으로 향했다.또 작년 제1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인 7월과 남북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8월 잇달아 삼지연군을 찾았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올해의 첫 경제 현장 시찰도 삼지연군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백두산이 있는 삼지연군을 잇달아 방문한 것은 북미 대화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경우의 정책 방향을 시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 주민생활 향상 기조와 밀접한 삼지연군 건설 현장 방문에 집중했다는 것은 북한이 '포스트 연말' 국면에서도 제재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통해 자력부강을 완성해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준공사에서 삼지연 건설을 '불가항력적 위력'과 '자립적 발전 잠재력'의 성과로 평가하며 건설자와 주민들에게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일심단결의 혁명정신과 자력갱생의 위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 데서 잘 드러난다.

북미 대화의 향배와는 무관하게 자력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통신은 이번 읍지군 완공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따라 필승의 신심 드높이 역사의 시련과 도전을 과감히 짓부시며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한길로 도도히 전진하는 우리 조국의 찬란한 내일을 그려준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정상 간 친서교환과 물밑 실무협상 등을 통해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연일 외세 의존심을 경고하며 자력부강을 향한 결속을 다져왔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배수진을 쳐온 셈인데, 연말 시한이 임박하면서 그야말로 막판 총력 '대비 모드'로 돌입한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네 번째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남북접경 창린도 방어부대를 찾아 해안포 사격훈련을 지시하는 등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는 군사 행보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 외무성 핵심 당국자들은 릴레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며 ICBM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경고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6차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별 진전 없이 지나갈 경우 내년부터 추가 도발과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등 새로운 노선을 걸을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이번 삼지연군 방문에 외무성을 비롯해 대외 정책 현안을 다루는 주요 인사들은 동행하지 않고 내각 및 현장 건설을 맡은 군 관계자들 위주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대미 메시지보다는 내부 결속에 무게를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