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 '여호와의 증인' 엇갈린 유·무죄…'진실한 신념' 기준

이웃사랑 신념 '병역 의무에만 두드러진' 신도 유죄
현역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법원에서 엇갈린 유·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정적인 잣대가 된 건 '진실한 신념'이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 A(24)씨는 2017년 9월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며 입대하지 않았다. 병무청에 '성경으로 훈련받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취지의 통지문과 신도 사실확인서도 제출했다.

2017년 10월 입영통지서를 받은 다른 신도 B(22)씨도 같은 선택을 하며 병무청에 "대체복무 제도가 도입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법원은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6단독 문홍주 판사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문 판사는 "(두 사람이) 침례를 받은 후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매달 전도와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입영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송선양 부장판사) 역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없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라고 한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에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신도 C(26)씨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2017년 8월 입영통지서를 받고 입대하지 않은 그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판결 전이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심준보 부장판사) 역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머지않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을 낮췄다.

이 선고는 지난달 27일 나왔다.

대법원판결이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서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싶어 입영을 거부한다"는 C씨에게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른 병역의무자와 구분될 만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서 구절에 따른 신념이 유독 병역의무에 관해서만 두드러지게 표출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병역을 이행함으로써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한 양심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C씨는 유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