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상무장관 '자동차 관세' 발언에 "예단 않고 예의주시"

180일 시한 3주 경과…"불확실성으로 업계 불안 지속"
정부는 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의 관련 발언이 뚜렷한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섣부른 예단을 피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로스 장관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계속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로스 장관은 현지시간 3일 "개별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우 좋은 이익을 일부 거뒀다"면서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필요성이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이 양자 현안이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과 모두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별도의 협의 채널을 두지 않은 채 개별 기업들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자동차업체들을 상대로 투자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초 지난 5월 17일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이를 180일 연기한 데 이어 시한인 지난달 13일 이후에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80일은 법적 시한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임의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가뜩이나 대외 통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불확실성으로 업계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주로 EU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긴다고 판단할 경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한 조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