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방글라 가사도우미 학대 잇달아…"때리고, 성폭행하고"

방글라데시 정부, 인력송출사 166개 폐쇄…사우디도 대처 약속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고용주로부터 각종 학대에 시달리자 방글라데시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방글라데시 정부 대변인 무니루스 살레힌은 3일(현지시간) "사우디로 인력을 송출하는 회사 중 166개를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들 회사는 해외 근로자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어떤 경우에는 고용주의 학대로부터 달아난 근로자를 되돌려보내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1991년부터 약 30만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사우디에 취업했으며, 대다수가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이들 여성 중 상당 비율이 사우디의 고용주로부터 신체·언어 학대를 당했고, 성적 학대나 심지어 고문을 당한 사례도 있다.

또, 현지 취업 과정에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성노예로 팔린 경우도 있다.

최근 4년간 사우디에서 방글라데시 여성 근로자 최소 66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5월 사우디에 가사도우미로 취업했던 방글라데시 여성 시리나 베검은 "월 235달러를 받고 하루 14∼15시간 동안 주인집 여섯 식구를 위해 일해야 했다"며 "그들은 종종 막대기로 때렸고, 나는 가족들과 전화 통화도 할 수 없었다"고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주방에서 자고 있을 때 주인집 장남이 성폭행했다.

가까스로 인근 경찰서로 도망쳤다"며 "제대로 된 입국신고서가 없다는 이유로 4주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10월 말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인력송출사에 수수료를 주려고 돈을 빌렸던 그는 넉 달 치 월급만 받고 귀국했기에 빚더미에 올랐다.
또 다른 방글라데시 여성 달리아 아크터는 사우디의 집주인 가족이 심하게 괴롭히자 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집주인은 달리아의 다리가 부러지자 주사우디 방글라데시 대사관으로 넘겼다.

달리아는 올해 9월 귀국했지만, 영구적으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사우디 고용주로부터 도망친 방글라데시 여성 35명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게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리자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우디로 대표단을 보내 이주 근로자를 위한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사우디 경찰은 앞으로 고용주로부터 탈출한 방글라데시 여성을 고용주에게 돌려보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방글라데시 여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한 경우 사우디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할 것을 약속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