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社, 면역항암제 치료효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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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팩토, 임핀지와 병용 임상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면역항암제와 병용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MSD의 ‘키트루다’, BMS와 오노약품의 ‘옵디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암 환자는 전체의 20%에 그치고 있어서다.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는 신호전달물질을 겨냥하거나 선천성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시도 등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종양 크기 준 폐암 환자 비율
단독요법보다 5배 이상 높아
종양미세환경 개선이 관건암세포는 T세포와 NK세포 등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위장하며 증식한다. 면역항암제는 이런 메커니즘을 차단하거나 면역세포의 활동을 강화해 암세포를 잡는 약물이다. 인체가 본래 지니고 있는 면역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가 지속적이고 부작용이 적다.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내성 부작용을 일으키는 표적항암제를 이을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면역항암제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지만 효과를 보이는 암 환자군이 제한적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종양미세환경이 꼽힌다.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가 자기 주변에 증식에 도움되는 물질을 형성해놓은 상태를 가리킨다. 종양미세환경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크게 떨어뜨려 암이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다.바이오벤처 메드팩토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면역항암학회(SITC) 학술대회에서 면역항암제 ‘백토서팁’의 임상 1b·2상 중간결과를 공개해 크게 주목받았다. 백토서팁은 종양미세환경을 조성하고 암 전이에 작용하는 형질전환증식인자 TGF-베타의 신호전달을 억제한다. 회사 관계자는 “종양에서 TGF-베타가 많이 발현되는 환자는 종양 주변 세포에 스트로마라는 딱딱한 막이 형성된다”며 “T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메드팩토는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임핀지와 병용 임상을 하고 있다. 객관적 반응률(ORR: 일정 기간 내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 비율)은 16.7%로 임핀지 단독 투여 때(2.8%)보다 다섯 배 이상 높았다.
주목받는 선천성 면역반응선천성 면역반응 조절도 주목받는 분야다. 선천성 면역반응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면역력이다. 세균, 박테리아 등 몸으로 침입하는 모든 이물질에 반응한다. 업계 관계자는 “암세포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은 면역세포 반응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대식세포는 선천성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중 하나다. 이물질을 잡아먹고 이와 관련한 면역정보를 림프구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 중 종양과 관련된 대식세포(TAM)는 종양이 유발하는 염증에 반응해 암조직으로 이동한 뒤 신생혈관을 촉진하는 VEGF(혈관내피성장인자), 종양의 성장을 돕는 EGF(표피성장인자) 등을 분비한다.
유틸렉스의 항암항체치료제 ‘EU103’은 TAM에 작용한다. TAM은 크게 암세포를 억제하는 M1 대식세포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M2 대식세포로 나뉜다. EU103은 면역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M2의 특정 인자에 작용해 M2를 M1으로 바꿔놓는다. 지난 8월 마친 전임상에서 면역결핍 생쥐에게 인간의 M2 대식세포와 EU103을 투여했더니 M1 대식세포 관련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2종이 5% 미만에서 20% 이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큐리언트는 CSF-1수용체, Mer, Axl 등 3개 인자를 저해하는 면역항암제 ‘Q702’를 개발 중이다. 큐리언트는 암세포가 M2 대식세포를 늘리고 M1 대식세포를 억제하는 것을 Q702가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4월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했다. 내년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