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4차 산업 육성…부산시 소극적 행정에 벤처 발동동

과기부 규제 샌드박스 통과 중소기업, 행정 지원 없어 사업 막막
부산시 "민간사업 관여할 부분 아니야. 독과점 우려도" 반박
부산시가 스마트 시티 구축이나 4차 산업 육성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부산 벤처 기업은 행정의 냉담한 태도에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부산지역 중소 벤처기업인 리라소프트가 IT산업 발전을 위해 기존 규제 예외를 적용받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택시 '스마트 미터기' 장비를 개발하고 임시허가증을 받았다.

스마트 미터기 개발로 이달 함께 임시허가를 받은 티머니, 카카오, SKT와 회사 인지도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회사지만, 그 기술력을 과기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스마트 미터기는 기존 택시에 부착된 미터기 대신 GPS 기술 등을 이용해 휴대폰 등 전자 장비로 요금 측정이 가능한 방식이다. 해당 장비에는 요금 측정 기능 외에도 차량 위치정보, 운행정보, 운전습관 등 각종 정보를 빅데이터화 해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기존 택시 미터기는 불편함 때문에 개선 논의가 꾸준히 이뤄졌다.

요금 체계가 바뀔 때마다 기존 미터기는 봉인을 뜯고 한 대당 5∼6시간에 걸쳐 업그레이드를 해야 해 1천 대 이상 택시가 줄을 서거나, 업그레이드 전에는 손님들에게 손으로 적은 요금 조건표를 이용해 돈을 받으며 불만을 사는 등 4∼5년에 한 번씩 '택시 대란'이 일어나는 주범이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 때문에 지난해 '제4차 규제 혁파를 위한 현장 대화'를 했을 때 스마트 미터기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라소프트는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사업을 시작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시가 티머니와 손잡고 서울 택시에 스마트 미터기 보급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것과 달리 리라소프트는 몇차례 부산시에 업무 협약 체결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리라소프트 한 관계자는 "해외 기술 수출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이 적용된 실제 사례가 필요해 부산시에 모든 설비 투자를 약속하고, 10% 회사 지분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서울시와 달리 소극적 태도만 보였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민간업자 사업에 대해서는 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시는 "기술을 개발했으면 택시 조합과 이야기하면 될 사안이지 부산시와 MOU를 체결할 사안이 아니고 시를 자꾸 끼워 넣으려고 하는 사업 방식도 불편하다"면서 "나중에 독과점이 될 수도 있는 사업이라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라소프트 측은 "부산 택시 사업 조합과도 이미 MOU를 체결했지만, 택시 조합이 부산 94개 택시 사업자를 지휘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택시 조합도 부산시 협조를 받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면서 "스마트 미터기를 부착할 경우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택시 정보시스템 구축이 부산에도 가능해 부산택시정보시스템 구축하자는 것이 우리 제안인데 부산시를 끼워 넣지 말라고 하면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나"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민간에 먼저 기술 방향을 제시하고 개발을 맡길 정도로 적극적인데 부산시 태도는 아쉽기만 하다"면서 "부산 벤처 기업을 시가 육성할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