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 총리, 韓日에 '화해·협력' 조언

아사히신문 인터뷰…"대립은 양쪽에 이익 안 돼"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5일 긴장 상태인 한일 관계에 대해 "대립은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화해하고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역사는 중요하지만 과거의 대립이 현재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자리에 앉아 대화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의 '과거 사죄'(過去の謝罪)를 받아들이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총리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한국에 일본의 '과거 사죄'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마하티르 총리의 이번 발언은 방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일본에는 미국 의존 정책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 역할을 더 하라고 조언했다.

일본에 독립적인 외교정책이 없는 것 같다고 혹평한 마하티르 총리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일본은 평화를 희구하고 공격적인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헌법에도 명기했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펴는 미국이 일으키는 분쟁에 일본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점을 들면서 일본이 미국의 이익만을 생각해서는 아시아의 평화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당한 사건을 계기로 폐쇄했던 주 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는 누구와도 적대적으로 지내고 싶지 않다"며 그 사건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북한 주민 모두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폐쇄가 길어지거나 제재가 계속되거나 하면 고통받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이라고 언급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북미 협상에 대해선 "북한이 어느 정도는 미국의 요구에 응한 점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을 때 그것을 인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양보 하나하나를 평가하지 않으면 북한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며 "이래서는 좋은 외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는 미국과 중국 대립의 근본 원인과 책임이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미국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싼 대가의 의미에 대해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더는 세계 지도자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