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총리 카드는 왜 안나왔나

文 '법무장관 원포인트 개각'

靑 "서두를 이유 없다"지만…
진보진영 반발 부담된 듯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원포인트 개각’을 단행하면서 총리 교체 시점은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진표 카드’ 역시 여러 변수 탓에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자는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50일 이상 공석인 상황에서 급한 개각부터 단행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각을 예고한 바 있어 총리 인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동시 발표를 확인해준 적이 없어 계획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그동안 청와대에서 이낙연 총리 후임에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유력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증한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의원 역시 외부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로 지명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등의 입장을 밝혀왔다.

총리 교체 시점이 미뤄진 것은 법안 처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는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앞두고 총리 교체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 핵심 의원들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면에서 총리 임명이란 또 하나의 변수를 만들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말했다.

인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민주노총 등 일부 진보진영의 ‘김진표 흔들기’가 시작된 점도 부담이다. 이에 맞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 관련 단체에서는 “지금은 경제 총리가 필요한 시기다”는 지지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대리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운영 차원에서 ‘김진표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