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손정의 "싫든 좋든 AI시대 온다…기업가는 늑대의 야성 가져야"
입력
수정
지면A2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도쿄포럼' 대담“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해 열정적이며 미래를 믿고,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마윈 알리바바그룹 공동창업자) “나는 아직 이룬 것이 없다. 나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일을 시작한 단계고 도전자일 뿐이다.”(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6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강당에서 열린 ‘도쿄포럼 2019’ 행사에서 마윈 알리바바그룹 공동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대담을 통해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경영자는 새로운 기업을 세우길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변화, 도전 그리고 ‘늑대와 같은 동물적 야성’을 거듭 강조했다.
손정의 회장
"나는 여전히 도전자
꿈을 좇아가면 돈은 따라온다"
마윈 창업자
"CEO는 미래 보여주는 리더
조직원 북돋고 인재 발굴해야"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라”손 회장과 마 창업자는 20년간 함께한 사업 파트너다. 손 회장은 1999년 마 창업자를 만나 단 6분간 면담하고 나서 알리바바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해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 종잣돈은 현재 7000배인 1400억달러의 가치로 불어났다.
두 경영 구루는 대담의 많은 부분을 ‘리더의 덕목’에 할애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미래’와 ‘꿈’이었다. 마 창업자는 “기업가가 되려면 미래를 믿어야 하고 미래를 믿지 못하면 기업가가 못 된다”며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그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불평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며, 나아갈 방향은 바로 미래”라며 “적합한 인재를 찾고, 조직원을 북돋우고, 그들을 적절하게 교육해 더 좋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이라고 했다.손 회장도 “마 창업자와 나는 모두 낙관적이고 열정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비전과 열정, 창조성으로 무엇인가를 일궈내는 게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돈을 좇아가면 돈은 사라질 뿐이지만 꿈을 좇아가면 돈도 따라오게 된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꿈과 열정에 믿음을 가지라”며 “더 큰 열정을 지닐수록 더 많이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늑대의 야성’ 잃지 말아야
‘미래’와 ‘꿈’을 쟁취하기 위해 두 경영자는 ‘동물적 야성’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마 창업자는 “손 회장을 처음 봤을 때 인터넷의 가치와 미래 발전상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얘기했다”며 “손 회장과 내가 ‘같은 동물(same animal)’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커리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 삶이 성공인지 아닌지 고지서는 죽을 때나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손 회장은 “개와 늑대가 비슷하게 생겼지만 냄새로 자신의 종을 찾듯 우리도 본능적으로 같은 동물이라고 느꼈다”며 “우리는 같은 동물이고, 둘 다 미친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마 창업자가 동물적 야성을 지닌 경영인이란 것을 파악했기에 “‘네가 세계를 바꿔봐라. 내 돈 가져가’라고 마 창업자를 밀어붙였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어린 시절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가 쓴 <료마가 간다>라는 책을 밤새워 읽은 뒤 “순수한 마음으로 혁명을 꿈꾸며 자신의 삶을 건 사카모토 료마의 모습이 큰 자극이 됐다”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 한 소설 속 주인공을 따라 다른 세계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새 시대’에 요구되는 ‘새 교육’손 회장과 마 창업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예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손 회장은 “AI 시대에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좀 더 소통하도록 하고, 창조적이며 토론을 활성화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대부분 학생들이 조용히 교실에 앉아 암기나 하는 일본의 교육방식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마 창업자도 “앞으로 사람들은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사회는 최고의 대학이며 평생 호기심을 잃지 말고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산업화 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을 해 좀 더 명석하고 지식적인 인재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