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길 거부한 AOA, 걸크러시 아이콘 되다

미니 6집'뉴 문'발표

타이틀곡 '날 보러 와요'
달 잡는 사냥꾼 콘셉트
발매직후 음원차트 1위
"AOA 재발견" 호평 봇물
그룹 AOA의 혜정(왼쪽부터), 설현, 지민, 찬미, 유나. FNC엔터테인먼트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나는 나무야).’

그룹 AOA의 지민이 지난 9월 커버한 마마무의 ‘너나 해’에 추가한 랩 가사다. 지민은 이 짧은 가사 한 줄로 사회적 통념을 깨부쉈다. 일반적으로 ‘걸그룹은 예뻐야 한다’는 통념이 있고 여성을 ‘꽃’에 비유해 표현한다. 하지만 지민은 걸그룹을 대표해 자신은 ‘꽃’이 아니라 ‘나무’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통념을 비꼬았다. AOA는 더 이상 아이돌 산업이 원하는 예쁜 걸그룹이 아니라 멋있고 당당한 그룹, 하고 싶은 걸 하는 주체적인 그룹이라는 뜻이다.
2012년 데뷔한 AOA는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섹시’를 대표하는 걸그룹이 됐다. 하지만 AOA는 섹시 걸그룹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AOA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뉴 문’을 통해 섹시함 대신 ‘멋쁨(멋지고 예쁨)’을 선택했다. 9년차를 바라보는 AOA는 ‘멋쁨’ 걸그룹으로 새 지평을 연 모습이다.

‘뉴 문’은 지난해 발표한 ‘빙글뱅글’ 이후 약 1년6개월 만의 신보이자 5인조로 팀이 재편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앨범이다. 앨범에 실린 다섯 곡 가운데 타이틀곡 ‘날 보러 와요’는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의 댄스곡.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랩이 특징이다. 멤버 지민이 가사에 참여했고, 강렬하고 고혹적인 안무로 걸크러시 매력을 강조했다.AOA가 ‘날 보러 와요’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자유 의지’다. AOA는 뮤직비디오에서 족쇄와 감시자로 비유된 달을 체포하는 달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직접 달을 사냥해 자유를 찾고, 자신을 감시하던 CCTV까지 부숴버린다. 여기엔 대중이 원하는 걸그룹의 모습 대신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콘셉트와 음악,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AOA의 의지가 담겼다. 음원 발매 당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376만 뷰를 돌파했고, ‘AOA의 재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AOA는 컴백에 앞선 지난 5월 멤버 민아의 탈퇴로 인해 5인조로 재정비됐다. 2012년 유경, 2017년 초아의 탈퇴에 이어 세 번째 팀 개편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AOA 위기설’도 나왔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다. 이들은 멤버 간의 단단한 결속력과 무대 기획력, 새로운 콘셉트와 음악으로 ‘5인조 AOA’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AOA는 지난 10월 종영한 Mnet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퀸덤’에서 마마무의 ‘너나 해’를 편곡한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장을 갖춰 입은 멤버들은 노출이 심한 차림의 여장 남자 댄서(보깅댄서)들과 무대를 누볐다. 이 무대는 성(性)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파격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다. ‘너나 해’ 무대 영상은 공개 20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돌파했고, 두 달이 넘은 지금도 1476만 회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의상, 퍼포먼스, 무대 장치 등 모든 것을 멤버 지민이 직접 기획해 독창적인 능력까지 인정받았다.“AOA가 5인조가 된 뒤 ‘망한 거 아니었느냐’ ‘기대도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자극제였죠. 멤버들보다 먼저 ‘날 보러 와요’를 듣게 됐는데 ‘아,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어요.”(지민)

성 역할에 대한 통념을 깬 ‘너나 해’에 이어 걸그룹에 대한 편견을 깬 ‘날 보러 와요’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날 보러 와요’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해외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영국 호주 러시아 등 8개 지역 아이튠즈 K팝 음원차트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말레이시아, 태국 등 10개 지역 아이튠즈 K팝 음원차트 2위를 차지했다. 발매 11일째인 6일에도 벅스 14위, 소리바다 16위, 지니 34위, 멜론 49위 등 전 음원차트 TOP 50을 유지하며 롱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빈 한경텐아시아 기자 bin06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