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513兆인데 감액은 3兆도 안돼…한국당 뺀 '4+1' 밀실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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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兆 삭감" 공언했던 한국당‘초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찔끔 삭감’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여야 간 정쟁으로 예산 심사가 차질을 빚은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마다 지역 민심을 고려한 예산 증액에 나선 결과다. “14조50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던 자유한국당은 지난 4일부터 예산안 협의에서 배제돼 있다.
지난 4일부터 예산안 협의서 배제
與·野 정쟁으로 심사 차질에다
각 당마다 내년 총선 앞두고
지역민심 고려한 증액 경쟁
“지역구 예산 늘리겠다”는 4+1 협의체6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은 현재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협의체는 8일까지 예산안 단일안을 도출해 9일 국회 본회의에 수정안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심사 기한이 종료됐다.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예결위 심사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구성된 여야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간사협의체, 일명 소(小)소위원회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사태’로 가동이 중단됐다.민주당은 대신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를 4일부터 가동시켰다. 협의체는 속기록을 남기지 않고, 언론 브리핑도 없는 철저한 ‘깜깜이 심사’를 해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며 “협의체에 참여한 당들이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맘대로 늘려도 견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이 올라가도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협의체에 참가한 각 당은 지역구 예산 증액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협의체에서 전북 예산 증액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금복지 무사통과…지자체, 막판 총력
국회의 예산심의가 유명무실화되면서 논란이 예상됐던 기초연금 예산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11조4952억원에서 내년 13조1765억원으로 1조6800억여원이 증액된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복지위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총선을 앞둔 선심성 현금 살포”(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 “재원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등 (김승희 한국당 의원) 문제점을 제기하다 결국 원안에 동의해줬다.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안이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기자 막판 증액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 요구로 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예산 증액 규모가 계속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3일 국회 예결위 간사들과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을 방문해 충북선 철도 고속화,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 등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2일 직원들에게 “예산 심의 기간이 늘어난 것을 활용해 정부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지자체장도 줄지어 국회를 찾고 있다. 김항섭 청주시 부시장은 3일 국회를 방문해 오송 연제저수지 수질개선 준설사업 등 지역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영일만 횡단구간 고속도로 건설(포항~영덕) 등 예산 증액을 설득했다. 예산 증액에는 군수들까지 발벗고 나서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지난달 27일 국회를 방문해 완주문화재 연구소 건립사업 등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도정치권 일각에서는 9일 국회 본회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정기국회 종료 직전 막판에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민생 법안 처리를 놓고 합의하면서 예산안 처리도 임시국회로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이 참여하는 ‘3당 간사협의체’가 다시 가동돼 예산안을 심사할 전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막판 ‘통 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예산안 심사가 임시국회로 미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회는 다만 2015년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의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