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 7년만에 무력화…"편법·반칙 수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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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뇌관' 패스트트랙…필리버스터, 민생법안 막아선 '꼼수' 오명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유명무실'…"법 전면 보수해야" 목소리
"더이상 몸싸움이나 망치, 최루탄 등의 모습이 세계 TV에 한국 국회의 모습으로 나가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새누리당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
"우리는 국회 선진화라는 소명의식으로 법안에 합의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당시 원내대표)
지난 2012년 5월 제18대 국회가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마련한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앞서 당시 여야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7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여야의 각오는 온데간데없는 모양새다.오히려 국회선진화법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최루탄과 전기톱이 등장하는 '집단 난투극'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18대 국회가 이를 반성하며 국회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국회선진화법 외에 '몸싸움 방지법'으로도 불렸다.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진표 당시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각 당의 소장파 의원 모임이 중심이 돼 초안이 마련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폭력을 동반한 회의방해 금지 등이 이때 도입된 제도들이다.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사문화하거나 도입 취지와는 달리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특정 정치세력의 반대 등으로 주요 안건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은 지난 4월 '동물국회'를 다시 불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국회의장실 점거, 동료 의원 감금, 회의장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 등 국회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국회선진화법의 '폭력 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 여야의 대규모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피선거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민생 법안 199건에 대한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 불참'으로 맞섰다.
결국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어린이 안전을 위한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는 '민생을 볼모로 잡았다'며 네 탓 공방을 벌였고, 국회는 공전했다.
소수당의 의견 개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 또한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예산 처리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을 강제하기 위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안 심사 완료 전이라도 12월 1일이 되면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점점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14년 12월 2일로 시한을 지킨 이후로는 3일(2015·2016년)로, 다시 6일(2017년), 8일(2018년)로 조금씩 뒤로 밀렸고, 올해 예산안 지각 처리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법을 전면 보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다수당이 선호하는 '다수결의 원리', 소수당이 선호하는 '합의주의' 요구를 모두 담다 보니 제도들이 서로 상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법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편법과 반칙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이건 의회정치의 퇴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회의장의 권한 강화를 통한 국회 공전 방지 방안, 강제적 당론으로 인한 의원의 '거수기화'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유명무실'…"법 전면 보수해야" 목소리
"더이상 몸싸움이나 망치, 최루탄 등의 모습이 세계 TV에 한국 국회의 모습으로 나가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새누리당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
"우리는 국회 선진화라는 소명의식으로 법안에 합의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당시 원내대표)
지난 2012년 5월 제18대 국회가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마련한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앞서 당시 여야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7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여야의 각오는 온데간데없는 모양새다.오히려 국회선진화법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최루탄과 전기톱이 등장하는 '집단 난투극'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18대 국회가 이를 반성하며 국회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국회선진화법 외에 '몸싸움 방지법'으로도 불렸다.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진표 당시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각 당의 소장파 의원 모임이 중심이 돼 초안이 마련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폭력을 동반한 회의방해 금지 등이 이때 도입된 제도들이다.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사문화하거나 도입 취지와는 달리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특정 정치세력의 반대 등으로 주요 안건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은 지난 4월 '동물국회'를 다시 불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국회의장실 점거, 동료 의원 감금, 회의장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 등 국회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국회선진화법의 '폭력 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 여야의 대규모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피선거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민생 법안 199건에 대한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 불참'으로 맞섰다.
결국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어린이 안전을 위한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는 '민생을 볼모로 잡았다'며 네 탓 공방을 벌였고, 국회는 공전했다.
소수당의 의견 개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 또한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예산 처리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을 강제하기 위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안 심사 완료 전이라도 12월 1일이 되면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점점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14년 12월 2일로 시한을 지킨 이후로는 3일(2015·2016년)로, 다시 6일(2017년), 8일(2018년)로 조금씩 뒤로 밀렸고, 올해 예산안 지각 처리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법을 전면 보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다수당이 선호하는 '다수결의 원리', 소수당이 선호하는 '합의주의' 요구를 모두 담다 보니 제도들이 서로 상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법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편법과 반칙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이건 의회정치의 퇴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회의장의 권한 강화를 통한 국회 공전 방지 방안, 강제적 당론으로 인한 의원의 '거수기화'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