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의 '타다 허용' 소신, 국토부·총선에 밀려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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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촉진·소비자후생 우려" 하루만에 "반대는 아니다" 공문
김상조 '플랫폼 영업 여지' 언급에도 총선 앞둔 의원들 '난색'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입장에서 타다 영업 법적 제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하지만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의 벽에 부딪혀 공정위까지 목소리를 낮추고 입을 다무는 분위기다.
◇ 조성욱 "경쟁 저해하면 공정위 입장 뚜렷하게 밝혀야"
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법제처장 앞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 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이 개정안은 타다의 영업을 여전히 원칙적 불법(예외로 허용)으로 규정하고, 타다와 같은 여객 자동차 운송 플랫폼사업자들에 각종 규제를 둬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다.
공문에서 공정위는 "법안과 관련해 위원회가 국토부와 국회에 회신한 검토의견은 경쟁 당국으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법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며, 12월 5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 소위에서 논의·의결된 개정안에 이견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 공문은 공정위가 하루 앞 5일 국토교통위 교통 소위에 제출한 '여객운수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 국토부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해명' 성격으로 발송된 것이다.공정위는 검토 의견에서 '자동차 대여 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에 대해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플랫폼 운송사업의 요건인 '자동차 확보'의 의미가 자동차 소유만인지, 리스 또는 렌터카를 통한 확보도 가능한 것인지 등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사업 영위는 자동차 소유, 리스 또는 렌터카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플랫폼 사업자 제도화 방안에서 타다와 같은 '렌터카' 활용 방식을 일단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런 제약은 불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공정위의 이런 '소신' 의견은 조성욱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경쟁 촉진 차원에서 신산업이 긍정적이거나 현행 규제가 경쟁을 저해한다면 공정위의 입장을 보다 뚜렷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이에 따라 경쟁정책국 시장구조개선과와 혁신행정법무담당관실을 중심으로 검토 의견을 작성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 국토부 "공정위만 뒤늦게 왜 이러나" 항의…법사위 결과 주목
5일 오후 2시 국토교통위 교통 소위에 공정위의 검토 의견이 제출되자 주무 부처 국토부는 공정위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내용을 뒤늦게 국회에서 전격 공개, '정부 부처 간 혼선'을 빚은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견 조회' 절차에 따라 지난달 관계기관들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10일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공정위는 아무런 답이 없다가 지난 4일에야 이런 검토 의견을 우리와 국회에 보냈다"며 "왜 인제야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검토 의견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례적 제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신중하게 검토하느라 미리 내용을 귀띔해주지 못했고, 부처 중 맨 마지막에 의견을 낸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단지 국토부 실무진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항의한다고 공정위가 하루 만에 공문까지 보내 해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는 설, '부처 간 혼선'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율에 나섰다는 설 등이 벌써 나오고 있다.
'타다 금지법'의 소비자 편익 감소, 경쟁 제한 등에 대한 공정위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는 6일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공정위가 문제를 제기한 여러 조항 가운데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 정도에 대해서만 국토부 의견을 추가로 들었을 뿐, 다른 내용은 거의 논의되지도 않을 만큼 '일사천리', '속전속결' 분위기에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타다 등 플랫폼 여객운수업을 견제해달라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개정안에 플랫폼 사업자의 영업을 더 자유롭게 보장하는 내용을 담자고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앞서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정위 검토 의견과 비슷하게 법에서 플랫폼 사업자 영업에 대한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지만, 의원들은 이런 원론적 언급에도 '선거는 우리가 치르는데 부담스럽다'는 취지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등의 소수 의견이 완전히 의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아직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문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한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는 그래도 다른 부처의 의견이나 법령과의 조화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니, 공정위 의견을 바탕으로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김상조 '플랫폼 영업 여지' 언급에도 총선 앞둔 의원들 '난색'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입장에서 타다 영업 법적 제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하지만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의 벽에 부딪혀 공정위까지 목소리를 낮추고 입을 다무는 분위기다.
◇ 조성욱 "경쟁 저해하면 공정위 입장 뚜렷하게 밝혀야"
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법제처장 앞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 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이 개정안은 타다의 영업을 여전히 원칙적 불법(예외로 허용)으로 규정하고, 타다와 같은 여객 자동차 운송 플랫폼사업자들에 각종 규제를 둬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다.
공문에서 공정위는 "법안과 관련해 위원회가 국토부와 국회에 회신한 검토의견은 경쟁 당국으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법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며, 12월 5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 소위에서 논의·의결된 개정안에 이견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 공문은 공정위가 하루 앞 5일 국토교통위 교통 소위에 제출한 '여객운수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 국토부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해명' 성격으로 발송된 것이다.공정위는 검토 의견에서 '자동차 대여 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에 대해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플랫폼 운송사업의 요건인 '자동차 확보'의 의미가 자동차 소유만인지, 리스 또는 렌터카를 통한 확보도 가능한 것인지 등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사업 영위는 자동차 소유, 리스 또는 렌터카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플랫폼 사업자 제도화 방안에서 타다와 같은 '렌터카' 활용 방식을 일단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런 제약은 불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공정위의 이런 '소신' 의견은 조성욱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경쟁 촉진 차원에서 신산업이 긍정적이거나 현행 규제가 경쟁을 저해한다면 공정위의 입장을 보다 뚜렷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이에 따라 경쟁정책국 시장구조개선과와 혁신행정법무담당관실을 중심으로 검토 의견을 작성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 국토부 "공정위만 뒤늦게 왜 이러나" 항의…법사위 결과 주목
5일 오후 2시 국토교통위 교통 소위에 공정위의 검토 의견이 제출되자 주무 부처 국토부는 공정위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내용을 뒤늦게 국회에서 전격 공개, '정부 부처 간 혼선'을 빚은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견 조회' 절차에 따라 지난달 관계기관들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10일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공정위는 아무런 답이 없다가 지난 4일에야 이런 검토 의견을 우리와 국회에 보냈다"며 "왜 인제야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검토 의견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례적 제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신중하게 검토하느라 미리 내용을 귀띔해주지 못했고, 부처 중 맨 마지막에 의견을 낸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단지 국토부 실무진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항의한다고 공정위가 하루 만에 공문까지 보내 해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는 설, '부처 간 혼선'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율에 나섰다는 설 등이 벌써 나오고 있다.
'타다 금지법'의 소비자 편익 감소, 경쟁 제한 등에 대한 공정위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는 6일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공정위가 문제를 제기한 여러 조항 가운데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 정도에 대해서만 국토부 의견을 추가로 들었을 뿐, 다른 내용은 거의 논의되지도 않을 만큼 '일사천리', '속전속결' 분위기에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타다 등 플랫폼 여객운수업을 견제해달라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개정안에 플랫폼 사업자의 영업을 더 자유롭게 보장하는 내용을 담자고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앞서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정위 검토 의견과 비슷하게 법에서 플랫폼 사업자 영업에 대한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지만, 의원들은 이런 원론적 언급에도 '선거는 우리가 치르는데 부담스럽다'는 취지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등의 소수 의견이 완전히 의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아직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문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한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는 그래도 다른 부처의 의견이나 법령과의 조화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니, 공정위 의견을 바탕으로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