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금융자산 비중 20% 그쳐…외화자산 늘려 리스크 대비해야"

한국가계 자산배분 인식 조사

MetLife·현대경제硏 공동조사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라이프 빌딩’ 메트라이프생명 제공
한국인들의 자산이 부동산과 원화에 편중돼 있어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특히 외화자산 보유를 늘려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9~10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산배분에 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응답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약 20%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원화에 투자하고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한국은 경제 성장률 저하, 저출산 등 1992년 일본 부동산 버블붕괴 시점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부동산·원화 쏠림 현상 심각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의 총자산과 금융자산 평균은 각각 9억8510만원과 1억9567만원이었다. 총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나타났다. 나머지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80%였다.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3%에 불과했다. 한국 가계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가계와 비교할 때 개발도상국형 자산배분 구조에 아직 머물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외화자산을 보다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자산가격 변동 위험을 경감하려는 노력 차원에서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금융자산의 비중이 30~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말 기준 금융자산 비중이 64%를 기록했다.

일본은 1992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금융자산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바뀌었다. 2000년을 기점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비금융자산을 넘어서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 자산배분 구조가 정착됐다.한국, 소득 높을수록 외화자산 선호

이번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젊은 연령대일수록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구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이 나타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연령대별 부동산 지신 비중은 △60대 80.7% △50대 76.3% △40대 72.5% △30대 49.2%였다.

응답자들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구성 비중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은 59.9%, ‘금융자산’은 40.1%라고 답했다. 현재의 자산배분 비율이 합리적 수준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소득과 자산 규모가 클수록 금융자산 중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총자산 규모별로 △1억~5억원 미만 4.7% △5억~10억원 미만 11.2% △10억~20억원 미만 18.0% △20억원 이상 30.3%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금융이해력에 따라서도 외화자산 분산 정도에 다소 큰 차이를 보였다.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해력이 매우 낮다’ 4.0%, ‘약간 낮다’ 8.5%, ‘약간 높다’ 24.3% 등이었다.

현재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외화 금융자산 취득 이유는 ‘정치경제적 위험 대비’(20.9%), ‘자산 분산 차원으로’(12.0%), ‘환위험 회피 차원’(1.3%) 등이었다. 위험 회피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외화 금융자산이 원화 금융자산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 같아서’(22.2%), ‘원화가치 하락 전망에 따른 환투자 기회 포착’(11.4%) 등의 투자 목적이 33.6%였다. 외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외화예금 및 현금’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7.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해외주식’(12.0%), ‘해외(역외)펀드’(8.9%), ‘외화보험’(5.1%), ‘해외부동산’(4.4%), ‘외화표시채권’(2.5%) 순이었다.

2개 이상 유형의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외화 금융자산 유형을 질문했을 때는 ‘해외주식’ 30.0%, ‘해외부동산’ 25.0%, ‘외화예금 및 현금’ 20.0%, ‘외화보험’ 10.0% 순으로 답변했다.

외화자산 활용한 재무설계 부족

외화 금융자산을 활용해 장기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가장 많은 51.8%가 ‘외화자산에 투자할 만큼의 여유자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밖에 ‘외화 금융자산에 대한 정보 부족’(26.3%)과 ‘왠지 불안해서’(7.5%)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아직까지 많은 한국인들은 외화 금융자산이라면 재산이 많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응답자 중 27.5%는 향후 외화 금융자산 취득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취득을 고려 중인 외화 금융자산으로는 ‘외화예금’(50.0%)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해외주식’(22.3%), ‘해외(역외)펀드’(14.7%), ‘외화표시채권’(8%), ‘외화보험’(5.0%) 등의 순이었다.

현재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응답자들에게 매월 소액으로 적립해 갈 수 있는 외화 금융 상품이 있다면 가입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310명(35.8%)이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달러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고액 자산가

달러보험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153명(15.3%)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153명 중 8명(5%)만이 달러보험에 가입했다고 답했다. 달러보험에 가입한 응답자들은 월가구소득 1000만원 이상, 총자산 20억원 이상의 고소득자 또는 고액자산가가 대부분이었다.

달러보험 가입자들은 달러보험의 장점으로 ‘적립식 및 장기적으로 달러 보유를 늘려갈 수 있다’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다음으로 ‘세제혜택’을 꼽았다. 그 밖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 △저렴한 보험료 △위험보장에 더해 달러자산 분산효과 등이라고 답했다.달러보험을 알고 있지만 아직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달러자산은 보유하고 싶지만 보험상품에 거부감이 있어서’(27.1%)가 가장 많았다. ‘환율 부담’(22.2%), ‘잘 몰라서’(20.8%), ‘왠지 불안해서’(7.6%), ‘최저 가입금액이 클 것 같아서’(4.2%) 등으로 조사됐다. 달러보험을 알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달러보험의 특장점을 설명한 뒤 가입 의향을 물었을 때 응답자 중 28.0%가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