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방관, '43명 사망' 뉴델리 화재서 27명 구조

다리 골절에도 여러 차례 건물 진입…"용감한 영웅" 찬사
43명이 숨진 인도 수도 뉴델리 화재 참사 현장에서 소방관 두 명이 27명의 목숨을 구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는 8일 뉴델리 재래시장 내 5층짜리 가방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 두 명이 특히 영웅적인 행동을 보여줬다며 9일 이같이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라제시 슈클라와 아시시 말리크.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두 사람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살인적인 열기가 위협한 속에서도 각각 11명과 16명을 구해냈다고 전했다.

특히 슈클라는 작업 도중 부상까지 했음에도 구조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년 경력의 슈클라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은 연기에 뒤덮인 상태였다"며 "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길가의 주민들이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곧장 2층으로 진입해 수십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소방관은 목숨을 걸고 여러 차례 진입을 시도한 끝에 많은 목숨을 살려냈다. 말리크는 "어깨에 들쳐 메고 사람들을 옮겼고 일부는 끌고 나왔다"며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을 격려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쇄도했다.

사티옌다르 자인 델리주 보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슈클라는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고, 다리 골절상을 입게 됐음에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 용감한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슈클라와 말리크 등 델리 소방관들이 이날 구해낸 이들의 수는 총 64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전 뉴델리 북부 재래시장 사다르 바자르 내 가방공장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근로자 등 43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공장은 소방 시설 등 안전 설비를 거의 갖추지 않은 채 불법 기계 장비와 인화성 가방 원료가 가득해 화재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층 출입구 두 곳 중 한 곳이 바깥에서 잠긴 바람에 많은 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건물 안에는 당시 100∼150명이 머무른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한 오전 4시께부터 한시간가량 신고센터가 전화를 받아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도 피해 확산의 한 이유가 됐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그나마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도 건물 주변 도로가 좁은 탓에 원활히 진입하지 못했다.

인도에는 화재 예방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물이 많아 화재가 종종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뉴델리에서도 1997년 극장 화재로 59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