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경선 '非黃 반란'…'전투력' 앞세운 심재철 최종낙점

黃 단식 후 친정체제 가속화·나경원 불신임 등에 대한 견제 표심 작용한듯
초재선 전면 등장에 중진 내세워 '제동'…원내전략·협상 기대 심리

자유한국당 심재철(5선) 의원이 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것을 두고 당내 '비황'(非黃·비황교안)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구성된 '심재철·김재원' 팀은 이날 전체 106표 중 1차에서 39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를 못 해 2차 결선 투표까지 치렀다.

2차 투표에서는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강석호(3선)·김선동(재선) 후보를 크게 이겼다.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지만, 심재철 조가 1차 투표나 결선 투표에서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 黃 친정체제 견제 표심…'黃心 선 긋기' 통했나
심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에 비황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심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거머쥔 것을 놓고 우선 그가 국회부의장 출신 5선 의원으로서 황 대표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황 대표는 단식 후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과 '나경원 불신임' 건 등으로 '제황(帝黃)적 리더십'의 친정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심 의원은 이날 선거 직전 정견발표에서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황심(黃心·황교안의 의중)이 언급됐지만, 저는 황심이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여러 의원의 말씀을 황 대표에게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하겠다"며 "당 대표로서 제대로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외부에 갈등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꼽혔던 '황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황심'과의 선 긋기 전략이 표심을 얻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면 나선 초재선에 제동…'전투·전략가' 중진의원 선택
나아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진의원 용퇴론' 등이 빗발치는 상황도 중진 의원들의 '반황'(反黃·반황교안) 표 결집을 유도했다는 해석이 있다.

특히 주말 동안 황 대표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선동·김종석' 팀에 대한 지원사격을 했던 점이 알려지면서 경선 당일 반황 표심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 경험이 부족한 황 대표에, 주요 당직까지 초·재선 의원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원내지도부도 초·재선 의원들이 맡게 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나경원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지적됐던 원내 전략 부재 및 대여 전투력 부족에 대한 기대 심리도 '심재철·김재원' 조에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그동안 대여공세에 앞장서 왔으며,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결국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꼬인 실타래가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여야 협상 경험이 많은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 쪽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심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그는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악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투쟁하되, 협상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