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사람 손 줄인다"…무인화 바람 거세지는 유통가
입력
수정
▽ 유통기업들 무인화 실험에 '박차'# SF영화 '패신저스' 속 먼 미래의 우주선 아발론호에서 홀로 깨어난 주인공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 분)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은 운영 시스템이다. 120년간의 동면 여행 중 90년이나 일찍 깨어난 짐은 아무도 없지만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바에서는 로봇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해 생활을 영위한다.
▽ "임금 상승 등 고려하면 무인화 바람 지속"
이 같은 생활상이 우리의 미래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유통기업들이 자사 매장에 정보기술(IT) 접목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에서 무인 기술 실험에 가장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의 IT 자회사 신세계아이앤씨는 유통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미국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Amazon Go)’ 모델과 같은 무인결제 서비스를 실험 중이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DC)점은 미래형 셀프(Self) 매장을 표방한다. 해당 매장은 고객이 별도의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건을 골라 들고 나가면 되는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선보였다. 고객이 SSG페이 또는 이마트24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발급된 입장 QR코드를 스캔해 입장한 후 상품을 들고 나오면 SSG페이로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컴퓨터 비전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아마존고보다 적은 30여 대의 카메라 만으로 고객의 쇼핑 동작을 인식하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SSG페이 앱을 통해 고객에게 구매한 상품과 결제 내역이 전송되기까지 짧게는 5초에서 최대 5분 정도 소요된다"며 "아마존고 대비 결제 시간을 단축해 고객이 보다 빠른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올해부터 셀프매장 구축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해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는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에 이어 배송도 무인화 실험을 거쳤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자율주행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토르 드라이브와 함께 서울 여의도점에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일라이고(eli-go)'를 2주일간 운영했다. 고객이 여의도점 매장에서 구매한 물품에 대해 키오스크에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마트가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해 당일 배송해주는 방식이었다. 패션업계에서도 무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랜드월드의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6일 개장한 국내 91번째 매장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을 '스마트 매장'으로 선보였다.
무선주파수 인식(RFID) 기술을 접목해 진열 위치를 주소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이에 고객이 찾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주변 직원을 불러 문의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내 비치된 태블릿으로 고객이 직접 재고를 조회할 수 있다. 매장에 없는 상품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면 픽업대로 해당 상품을 가져다준다. 이와 함께 내년 2월까지 매장 내 무인결제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앞서 주 52시간제 및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키오스크가 대거 도입된 외식업계에서는 서빙 로봇을 갖춘 미래형 매장이 등장했다. 주문 뿐 아니라 서빙까지 무인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제너시스BBQ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서울 송파대로에 미래형 매장인 ‘편리미엄’ 매장을 선보였다. 손님의 식탁에 음식을 서빙해 주는 로봇인 '푸드봇'을 도입한 매장이다. 태블릿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서빙은 로봇이 담당하는 만큼 고객은 직원 대면 시간이 극히 짧아졌다.
이 같이 유통업계에 분 거센 무인화 바람의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이 있다. 경기 침체 속 임금 상승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인건비 부담 절감은 유통업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인 시스템은 여건에 따라 24시간 운영도 가능한 만큼 내년에도 유통업계에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꾸준히 다양한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