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만든 반려동물 용품 하울팟, 루이비통도 사로잡다

삼성전자 가전 디자이너 2인
"명품 반려동물 용품 만들자" 창업
고급 소재에 독특한 디자인 눈길
반려동물 용품 첫 레드닷어워즈
반려동물용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하울팟은 지난해 5월 15일 서울 한남동 매장에서 창업 2주년 기념 브랜드쇼를 열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 행사에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백화점의 파트리스 와그너 최고경영자(CEO)와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이 나타났다. 봉마르셰백화점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는 세계 최고(最古) 백화점이다.
하울팟의 강아지 목걸이·리드줄(왼쪽)과 전용 소파 하울리.
당시 와그너 CEO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 팝업스토어에 들일 브랜드를 찾고 있었다. 그는 하울팟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반려동물용품을 제조하는 브랜드란 점에 주목했다. 하울팟은 작년 말 두 달 동안 봉마르셰백화점 1층 메인홀에 매장을 열었다. 백화점이 VIP 고객에게 보내는 카탈로그에도 포함돼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반려동물용품도 디자인 시대

하울팟이 반려동물용품 명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원가가 비싸 다른 업체가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로 강아지 소파, 목줄, 옷 등을 생산한다. 소파 ‘하울리’는 강아지가 긁어도 버틸 수 있는 원단과 먼지 알레르기를 막아주는 고급 충전재로 제작된다. 강아지 옷엔 사람의 등산복에 들어가는 원단이 사용됐다. 강아지 소파가 30만원대, 셔츠와 목폴라는 6만~7만원대다. 제품 가격이 일반용품보다 약 두 배 비싼데도 인기다.

안중근 대표
디자인도 독특하다. 창업자인 안중근(35)·임동률(34) 공동대표는 각각 홍익대 미대에서 제품디자인과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했다. 2011년부터 5년간 삼성전자에서 대형 TV, 스피커 등 가전제품을 디자인하다 2015년 개인 브랜드를 갖고 싶어 회사를 나왔다.

삶 속에서 창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둘은 모두 10년 이상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안 대표는 “시중에 있는 반려동물용품이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의아했다”며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인 만큼 용품도 명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중근 대표
하울팟은 2016년 레드닷 어워즈를 수상했다. 반려동물용품이 수상한 첫 번째 사례다.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자 매장 수도 급증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서울 압구정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국내 78개 점포와 프랑스 호주 등 해외 12개국 27개 매장에서 하울팟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부산 애견호텔은 R&D센터로

하울팟은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애견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 힐튼호텔이 운영하는 펜트하우스 ‘아난티코브’에 있는 ‘하울팟 부산케어센터’다. 두 개 층에서 148㎡(약 45평) 규모로 반려견 행동교육자 3명과 미용사 1명이 일하며 호텔 서비스와 반려견 놀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출시한 노즈워크(반려견 후각 발달 훈련) 장난감과 강아지 간식은 부산케어센터 근무자들이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반려견 간식 ‘하울고’는 편의점 CU의 약 4000개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하울팟은 회사를 ‘반려동물 용품업계의 짐보리’로 키울 계획이다. 짐보리는 미국 유아동복 브랜드로, 만 5세 미만 유아를 위한 놀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울팟은 이를 위해 벤처캐피털(VC)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확보한 투자금으로 케어센터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