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에 과감한 '베팅'…토종 PEF 최대규모 '투자 회수' 기록 쓴 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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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의 밸류업 사례탐구2014년 1월 어느 토요일.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강원도의 한 콘도 회의실에 모였다. 매년 초 회사의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인베스트먼트 컨센서스 미팅(ICM)’이 열렸다. 송 대표부터 주니어 심사역까지 각자가 준비한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다.
"골판지업 성장성 크다"
2014년 4000억원에 인수해
4년 만에 7300억원에 매각
이들은 하루를 꼬박 새운 토론 끝에 중점 투자 분야 중 하나로 ‘내수시장 과점기업’을 선정했다. 내수시장을 확실히 잡고 있지만 경영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1년 후 IMM PE는 40년 업력의 국내 1위 골판지제조업체 태림포장공업(태림포장)을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IMM PE는 올 9월 국내 중견 의류기업 세아상역에 태림포장을 약 7300억원에 매각했다. 투자 4년여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가량 불리며 ‘투자 대박’을 터뜨렸다. 기업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토종 사모펀드(PEF)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중국의 대형 제지업체 샤닝페이퍼와 글로벌 대형 투자사 베인캐피털, 글로벌 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 경합을 벌였다.1년에 걸친 설득 끝에 인수
2014년 ICM 이후 몇 달이 지나 내수시장 과점산업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던 IMM PE에 태림포장이라는 골판지업체 이름이 들려왔다. 골판지란 택배 상자나 라면 상자 등 포장재에 사용되는 종이를 말한다. 골판지업체는 표면지, 이면지, 골심지 등을 생산하는 원지 제조사와 이 종이들을 결합해 포장 상자를 제조하는 회사로 나뉜다.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태림포장은 원지와 포장 시장에서 각각 20% 안팎의 점유율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회사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창업주가 매각을 고민 중이란 소식이었다.IMM PE 경영진은 태림포장 창업주인 정동섭 회장을 찾았다. 매각을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정 회장은 40년간 키워온 회사를 PEF에 파는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 인수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2015년 5월 IMM PE는 태림포장(지분율 58.9%)과 관계사인 태림페이퍼(52.2%) 지분을 약 4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기준 태림포장의 매출은 6265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93억원이었다.
당시 인수를 주도한 김영호 IMM PE 수석부사장은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으로 택배 수요가 늘면서 전통 산업인 골판지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림포장이 여러 중소업체를 인수합병(M&A)해 성장한 회사인 만큼 실제 운영에 개선점이 많아 보였다”며 “경영 시스템만 선진화해도 추가 실적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현장에서의 반년…공장 합치고 붙이고IMM PE가 인수 후 투자를 집행한 내부 운용인력들을 태림포장에 파견했다. 손동한 전무(현 IMM PE 부사장)와 김유진 이사(현 할리스 대표)가 그 책임을 맡았다. 인수 과정에서 실사를 담당한 컨설팅업체 룩센트도 이들과 함께 회사에 상주했다.
6개월에 걸친 분석을 통해 기업 개선을 위해선 △원지와 포장으로 사업 재편 △공장별 최적화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수 당시 태림포장은 태림포장을 비롯해 태림페이퍼,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등 계열사들에 원지와 포장 공장 13개가 혼재돼 있었다. 회사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원료 구매 라인 역시 제각각이었다.
가장 먼저 혼재된 사업 구조를 골판지용 종이를 생산하는 원지와 이를 상자 등 제품으로 만드는 포장으로 재편했다. 태림페이퍼와 월산페이퍼에 있는 골판지 포장 공장을 포장 전문사인 태림포장으로 옮겨 일원화했다. 각 공장이 시점별 수요에 따라 다양한 원지를 생산하던 시스템도 개편됐다. 한 공장이 한 개의 제품만을 특화 생산하도록 체제를 바꿨다.2015년 7556억원이던 태림포장의 매출은 2018년 1조1496억원으로 52.1% 증가했다. EBITDA 역시 2015년 406억원에서 2018년 1643억원으로 늘어났다.
메가 딜 바이아웃 펀드로 거듭난 IMM
IMM PE는 2019년을 태림포장 투자금을 회수하는 해로 정했다. 해외 진출 등 기업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관심은 뜨거웠다. 미국과 중국의 제지회사 10여 곳이 관심을 보였다. 경쟁 끝에 세아상역이 태림포장 새 주인으로 선정됐다. 최종 매각가는 약 7300억원. 지분율(70%)을 고려하면 총영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은 셈이다. 인수금융(1200억원)을 제외한 투자원금은 2800억원가량. 배당금을 통해 받은 700억원 등을 고려하면 원금의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