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로 美 경제 선방했지만…무역전쟁 격화되면 내년 침체 올 것"

"트럼프는 관세를 좋아해"

'관세로 수입 줄면 국내생산 증가
GDP 늘어날 것'이란 이론 믿어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내년 미국 경제가 무역전쟁으로 인해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뿌리 깊은 중상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어 미·중 양국 간 포괄적 무역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배로 교수는 8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위험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 이어진 강력한 미 경제의 성장세는 ‘감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나의 예측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파괴적 무역전쟁 탓에 지금 전망은 훨씬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대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합리적 추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배로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좋아한다는 게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변덕스럽지만 ‘관세는 좋다’는 생각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중국은 이런 관세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양국이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는 걸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배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상주의적 사고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주장하는 ‘수입은 GDP를 감소시킨다. 관세 인상으로 수입이 줄면 그만큼 국내 생산이 증가해 GDP가 늘어날 것’이란 이론을 믿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은 관세 부과로 미·중 모두 무역이 줄면서 GDP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르더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배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중상주의적 무역관행과 기술 탈취 등을 바로잡겠다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이상하게도 1단계 합의의 핵심이 중국의 미 농산물 수입의 대상과 액수를 미리 정하는 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무역전쟁을 일본 유럽 등으로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위험한 상황은 미국과 세계 증시에 변동성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경기 둔화에 대비해 미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등 재정 지출을 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배로 교수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재정 지출은 또 다른 형태의 세금으로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는 재정개혁을 통한 세수 확보 및 복지 지출 축소와 함께 이뤄질 때만 좋은 정책”이라고 진단했다.배로 교수는 ‘2017년 감세 효과는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감세는 2018년 미국 GDP를 약 1.1%포인트 높였다”며 “개인에 대한 감세 효과는 일회성에 그쳤지만 기업에 대한 감세는 이후 10년간 0.2%포인트가량 꾸준히 GDP 상승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