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5년 전쟁' 휴전 합의…푸틴, G8 회복 노린다

파리서 메르켈·마크롱 주선
연내 포로 석방·교환 약속

러 병력은 내년 3월까지 철수
서방의 러시아 제재 완화 기대
우크라이나 국민 반발이 변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년 이상 이어져 온 무력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완전하고 포괄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으로 발생한 포로 추가 교환에도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는 이번 합의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가 누그러지고, 주요 8개국(G8) 지위를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함께 정상회의를 열고 휴전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회의 뒤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말까지 모든 조치의 이행으로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보장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이들 정상은 또 “연말까지 분쟁과 관련해 억류된 인사들의 석방과 교환도 지원한다”며 “내년 3월 말까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로 구성된 3자 그룹을 통해 돈바스 지역에서 추가로 전력을 철수하는 합의도 지지한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함으로써 분쟁 해소를 위한 신뢰를 쌓았다는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계 세력의 반정부 무력 시위가 전쟁으로 확대된 이후 5년8개월 만이다.

2014년 4월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러시아의 지원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도네츠크공화국과 루간스크공화국 설립을 선포하며 내전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친러 반군을 적극 지원해왔다.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만 1만4000명이 넘고, 피란민은 100만여 명이 발생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내전이 일어나기 한 달 전인 2014년 3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다. 미국과 EU는 이를 강하게 비난하며 G8 회의에서 러시아를 쫓아내고, 400여 개 러시아 기업들에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후 2015년 2월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에 합의하고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휴전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는 것 외에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이 없다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합의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우크라이나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는 ‘양방향의 길’”이라고 했다. 합의 이행에는 러시아의 호응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이번 정상회의는 지난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적극적 제안에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 의지가 더해지면서 전격 성사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의 자치를 위한 지방선거 일정 등 민스크 협정의 핵심 내용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 국경 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일단 지방선거를 치러 이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발도 변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반군의 사면까지 요구하는 러시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