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대총 용도불명 장신구 2점 정체는 앵무조개잔"

김종우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사, '박물관 보존과학'지서 주장
"중국에도 3점밖에 없어…신라 교류 양상 보여주는 자료"
신라시대 대형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돌무지덧널무덤)인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발견된 용도 불명의 패각장신구 2점은 진귀한 앵무조개로 만든 잔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황남대총 남분에서는 조개껍데기 약 60점이 수습됐는데, 조개껍데기에 금속이 붙은 이 유물들은 워낙 심하게 파손돼 그동안 별다른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국내 고대 고분에서 발견된 최초의 앵무조개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종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1일 "황남대총에서 나온 야광조개 국자 복원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한 쌍의 금동제패각장신구를 조사해 앵무조개잔, 즉 앵무배(鸚鵡杯)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펴내는 학술지 '박물관 보존과학'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금동제패각장신구에 잔존하는 조개와 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황남대총 앵무배는 금속 재질에 따라 금동제와 금제로 구분된다.

금동제 앵무배는 길이 11㎝, 폭 8㎝이며, 높이는 8.5∼9.5㎝로 추정된다. 남은 조개 두께는 0.8∼0.9㎜다.

금제 앵무배는 전체적인 형태를 파악하기 힘든 상태이지만, 앵무조개 특징인 껍데기 내부 격벽은 그대로 남았다.

폭은 5.2∼5.4㎝로 짐작됐다. 금동제는 동에 수은 아말감 기법으로 도금했고, 금제는 금과 은 합금으로 금 성분이 약 88%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장신구에 사용한 조개가 앵무조개라는 점이다.

앵무조개류는 고생대에 출현해 지금까지 생존했으며, 멸종한 암모나이트와 유사한 종이라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데, 내부에 벽으로 나뉜 공간인 기방(氣房)이 30∼35개 존재한다.

앵무조개는 남북위 30도 사이, 동경 90∼175도인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수심이 150m보다 얕은 곳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300∼350m인 곳에 주로 산다고 전한다.
앵무조개로 제작한 잔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지은 시에 등장한다.

그는 '양양가'(襄陽歌)에서 "노자작(독이나 항아리에서 술을 뜰 때 쓰는 가마우지 모양 도구) 앵무배, 백년 삼만육천 일을 하루에 모름지기 삼백 잔을 마시겠노라"라고 읊었다.

김 연구사는 앵무배가 이백 시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물은 굉장히 희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1965년 발굴한 동진 왕흥지부부묘에서 처음으로 앵무배가 나왔고, 2015∼2016년 조사한 서진 가족묘지에서 앵무배 한 쌍이 발견돼 3점이 현존한다"며 "일본에서는 황남대총 앵무배와 유사한 출토품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금동제 앵무배는 중국 서진과 동진 시대 앵무배와 형태가 유사하나, 금제 앵무배는 다르다"며 "황남대총 출토품 중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적지 않은데, 앵무배도 앵무조개가 생장하는 기후 조건과 중국 유물을 검토했을 때 신라와 중국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앵무배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했을 수도 있고, 앵무조개를 수입해 신라에서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금동제 앵무배 표면에는 옻칠 흔적으로 추정되는 갈색 유기물이 확인됐는데, 중국 앵무배와는 구별되는 신라 유물만의 특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김 연구사는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연려실기술 등 조선시대 문헌에도 앵무배가 귀중한 물품으로 기록됐지만, 당시에 언급한 앵무배는 황남대총 앵무배와 모양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앵무배에 사용한 앵무조개 종 확인, 금속제 테두리 제작 방법, 조개 표면 유기물 분석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보존과학 22집에는 이외에도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삼총통, 국가기록원 국무회의록, 울진 덕천리 신라묘 출토 구슬류 등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