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부터 범죄 예방까지…주민이 지역문제 해결 '지역혁신포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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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300만건 분석…의제 뽑아내시장과 공공이 풀지 못한 사회적 문제를 정부·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기업이 모두 참여해 해결하는 지역혁신포럼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수백만 건의 빅데이터로 찾아낸 사회문제에 대해 민관이 모인 지역혁신포럼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립형 모델이다.
168개 기관 참여한 워크숍 29차례 열려
○주민이 직접 나서 지역문제 해결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부터 지역 현안을 주민이 직접 찾아 풀어내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강화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량강화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현안에 참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지역주민, 민간단체, 공공기관, 지자체 등)의 역량을 기르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지자체 대상 사업참여 공모 결과 4개 지역(부산, 전남, 제주, 충남)이 올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크게 지역 핵심이슈를 조사하고, 참여 이해관계자들에게 적합한 교육과 워크숍을 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앞으로도 지역혁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우선 지역 핵심이슈 조사는 빅데이터와 설문조사를 활용해 찾아내는 방식이다. 언론 보도와 토론회 등을 통해 이슈를 파악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당장 화제가 되는 일부 이슈만 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블로그와 지역민 카페, 민원플랫폼, 지역언론에 축적된 기사 등을 모아 328만8375개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남 50만 개, 제주 163만 개, 충남 75만 개의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의제를 뽑아냈다.
제주는 외국인 범죄와 여성 대상 성범죄·아동학대 이슈로 범죄예방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충남에서는 전국 석탄발전소의 약 절반인 30여 기가 충남지역에 있는 것과 관련해 미세먼지 줄이기, 노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등이 지역 의제로 부각됐다.○총 168개 기관 참여
4개 지역의 핵심이슈 조사 결과는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해결 역량강화 교육 및 워크숍에 활용했다. 지역별로 168개의 민간단체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참여한 가운데 사전 설명회, 공공기관 및 지자체 워크숍, 네트워킹 워크숍, 지역혁신가 과정, 문제해결 워크숍 등이 총 29차례 열렸다.
전남에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여성·아동 안전환경 조성, 해양쓰레기 제로화, 농수산 유통 가공 활성화, 전남형 일자리 창출 등이 주요 핵심 문제로 선정됐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선 사회적 기업 관점에서 공공기관 수요를 파악하기 어렵고, 물건을 구매하는 공공기관으로서도 사회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여러 차례 워크숍을 한 끝에 수요와 공급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적 경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충남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발굴·지원하는 공공기관 간 협업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제주에서는 사회적 약자 창업 공간 제공과 관련한 민관 협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지속 가능한 ‘지역혁신포럼’ 구성
워크숍 과정에서 지역혁신포럼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신규 조직인 부산시민협치협의회에서 민관 협치업무와 지역 혁신업무를 병행할 계획이다. 자체 예산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의제 실행을 목표로 한다. 제주에서는 그간 민관 협업 워킹그룹을 구성해 상향식 추진체계를 갖췄다. 공공·민간 부문의 역량있는 기관을 참여시켜 사회혁신 리더그룹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남에서는 도의원과 시민단체, 언론인, 문화예술단체 등이 참여한 사회적 협동조합 ‘전남사회혁신 플랫폼’ 사무국이 내년 3월께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내 분야별 민간단체 대표 등 64명이 모인 네트워크창립준비위원회가 지난 10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중서부지역으로 편중돼 있는 공공기관과 동부권에 있는 대기업도 끌어들일 계획이다. 실제 여수국가산업단지 공장장협의회(36개 기업)와 여수산단 입주 대기업, 빛가람 혁신도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플랫폼 참여 협의를 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