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며 車조립…'와이파이 사태'로 드러난 현대차노조 非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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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7
현장에서
특근거부 반발에 사측 일단 후퇴
비효율 근무행태 '셀프 망신살'만
도병욱 산업부 기자


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시간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는 황당한 상황도 결국 느슨한 근무 분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은 24시간 개방했던 와이파이를 지난 9일부터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도록 조정하려 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서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특근을 거부하고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사실이 본지 기사(12월 9일자 A17면)를 통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겠다고 선언한 거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한 노조원은 “현대차 노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결국 노사는 한 발씩 물러섰다. 노조는 특근 거부를 취소했고, 회사는 와이파이 제한을 오는 20일까지 보류했다. 양쪽은 노사협의를 통해 와이파이 사용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와이파이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근무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천천히 움직일 것이고 그 속에서 일부 근로자는 근무 시간 중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계속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노조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