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본능' 부활…화웨이에 치이던 샤오미 주가 8% 폭등

'세계 최저가' 새 5G폰에 시장 호평…안방서 화웨이에 반격 예고
中 5G서비스 개시로 화웨이 독주 스마트폰 시장 판도변화 가능성
애꿎게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아 고전하던 샤오미(小米)가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개막을 계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설 태세다. 샤오미가 한화로 34만에 불과한 세계 최저가 5G 스마트폰을 내놓자 시장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본능'이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샤오미 주가는 하루 새 8% 이상 폭등했다.

지난 10일 샤오미 산하의 중·저가 브랜드 레드미(훙미·紅米)가 1천999위안(약 34만원) 가격의 5G 스마트폰인 K30을 공개하자 중국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파격적 가격이라면서 호평이 쏟아졌다.

중국 시장에서 심리적 기준선인 2천위안의 벽까지 깬 k30은 현재 판매 중인 최저가 5G 스마트폰인 화웨이의 V30(3천299위안)보다 1천 위안 이상 싸다. 그간 중국서는 내년 하반가 되어야 2천위안 미만 가격의 제품이 나오면서 5G 스마트폰 보급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샤오미가 시장의 예상을 단박에 깨고 초저가 5G 스마트폰을 시장에 들고나온 것이다.

중국국제금융은 보고서에서 "K30은 현존하는 가장 싼 5G 스마트폰보다 40% 낮다"며 "K30은 샤오미와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 모두 기념비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국제금융은 샤오미의 목표 주가를 현재보다 30% 이상 높은 13.5홍콩달러로 제시했다. 시티그룹도 샤오미의 K30이 예상보다 훨씬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지적하면서 내년 샤오미의 주당순이익(EPS)이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K30의 출현으로 중국의 전체 5G 스마트폰 보급이 훨씬 앞당겨지고 자연스럽게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샤오미는 K30 공개 다음 날인 1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8.47% 급등한 주당 9.990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만 187억 홍콩달러(약 2조8천500억원) 증가했고, 대주주인 레이쥔(雷軍) 회장 한 명의 지분 평가 가치도 52억 홍콩달러(7천930억원) 치솟았다.

2010년 창사 이래 샤오미는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박리다매 전략을 앞세워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주력 사업 분야인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를 맞은 데다가 오포와 비보 같은 중국 업체들과 중·저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생양'으로 부각된 화웨이가 중국 내수 시장을 독식하면서 샤오미는 올해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웨이가 '애국 소비'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샤오미, 오포, 비보 같은 중국 토종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시장 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42.4%로 작년 24.9%에서 수직 상승했다.
반면 비보, 오포에 이어 업계 4위인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3분기 13.1%에서 9.0%로 4%포인트 이상 쪼그라들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탑재하지 못한 화웨이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샤오미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샤오미가 화웨이 몫을 일부 잠식하기는 했지만 거꾸로 안방이자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화웨이에 더 많은 소비자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2%로 작년 동기의 9.6%보다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공개한 5G 스마트폰이 시장의 호평을 받은 것은 샤오미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자사의 한 퇴직자를 고소해 억울한 옥살이를 시켰다고 비난을 받으면서 화웨이로 쏠렸던 '애국 소비' 열기가 주춤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5G 단말기 시장 전망은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보고서에서 내년까지 1억1천만명이 5G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중국의 5G 스마프폰 시장을 놓고 이미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11월 1일부터 5G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5G 휴대전화 판매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의 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중국에서 3천484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린 가운데 약 15%에 달하는 507만대가 5G 스마트폰이었다.

올해 1∼10월까지 중국에서 5G 스마트폰 판매량이 총 329만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5G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5G 스마트폰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5G 서비스 개시는 화웨이가 독주하던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그간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0%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역시 고가 제품 위주인 5G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시장 정보 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출하량을 기준으로 3분기 중국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29.0%의 시장 점유율로 54.3%의 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