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만장일치 금리 동결…파월 "인플레 없으면 내년까지 인상 없다"

금리 인하 사이클 끝났다

"美경제 긍정적" 자신감 보이며
'전망 불확실성' 문구도 삭제
당분간 금리인하 가능성 낮지만
대선 앞둔 트럼프 '압박'이 변수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일(현지시간) 연 1.50~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또 적어도 내년까지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또 초단기 자금 시장인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채권 매입을 장기 국채로 확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만기가 긴 국채까지 사들일 경우 양적완화(QE)를 재개하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현행 연 -0.50%와 0.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내년까지는 동결 시사

Fed는 지난 7월부터 9월, 10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0월 말 금리 인하 직후 파월 의장은 경기 전망의 상당한 재평가가 없는 한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파월 의장이 예고한 대로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현행 기준금리(연 1.50~1.75%)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회의 이후 처음으로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Fed는 통화정책 성명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경제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율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인 3.5%로 떨어졌다.

Fed는 또 지난 성명에 있던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문구를 이번에 삭제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에 대해 이전보다 덜 걱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Fed 위원들의 금리 예측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를 보면 내년에도 금리 동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원 17명 중 13명이 내년 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고,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없었다. 지난 9월만 해도 내년 2~3회 금리 인상을 전망했던 위원 중 상당수가 동결로 돌아섰다.파월 의장도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Fed의 목표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여전히 내년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내년 말까지 한 번 이상 금리를 내릴 확률을 63.9%로 보고 있다.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추가 완화를 요구하며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Fed, 채권 매입 확대하나
이날 뉴욕증시 S&P500지수는 Fed의 발표 이후 소폭 상승해 전날보다 0.3% 오른 채 마감됐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전날 연 1.833%에서 이날 연 1.786%로 하락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예상치 못한 비둘기성 발언들이 투자심리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언급 외에도 채권 매입 대상을 장기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레포 시장이 계속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Fed가 만기가 약간 더 긴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미국 레포 시장에서는 지난 9월 중순 금리가 한때 연 10% 선까지 급등하는 등 불안감이 불거졌다. 이후 Fed는 지속적으로 레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또 10월부터는 1년물 미만의 단기 국채를 월 600억달러 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연말을 앞두고 대형 은행들이 다시 지급준비금 관리를 위해 레포 시장에서 돈줄을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레포 금리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