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승리호' '반도'…200억대 韓 영화 대작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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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봇물
'화려한 스크린' 관객 수요 겨냥
‘백두산’에 이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총제작비 200억~300억원대 대작 영화가 새해 줄지어 선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5~6편이 개봉할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의 개봉 예정 영화는 더 많다. 100억원 수준으로는 더 이상 대작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200억원대 블록버스터 줄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첫 국제마라톤대회인 보스턴국제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연상호 감독이 영화 ‘부산행’의 4년 후를 상상한 좀비 이야기인 강동원 주연의 ‘반도’, 한재림 감독의 비행기 재난영화 ‘비상선언’ 등도 총제작비가 2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 작품도 풍성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총제작비가 1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성화와 김고은이 주연했다.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약 160억원을 투입한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과 그를 지키는 요원이 여러 세력과 추격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정상회담’은 정상회담 중 남북한, 미국 지도자가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핵잠수함에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청부살인 미션과 관련한 한 남자의 사투를 담는다.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보고타’의 총제작비도 150억원 안팎에 이른다. ‘교섭’은 중동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는 국정원 요원과 외교관의 이야기다. ‘보고타’는 1990년대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난 청년들을 다룬다.
멀티 캐스팅, 시각효과 등 화려한 포장
제작비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방송 드라마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스케일과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비용이다. CJ ENM 관계자는 “관객들이 방송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면과 이야기를 원한다”며 “화려한 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톱배우를 여러 명 기용한 멀티 캐스팅 등으로 호화 배역을 자랑하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시각효과를 확장하며, 해외 로케이션으로 볼거리를 강화한 작품이 많은 이유다.
대작 영화 제작으로 수출 판로는 넓어질 전망이다. ‘백두산’ 배급사 CJ ENM 관계자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여서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라며 “국내 개봉 이전에 이미 90개국에 선판매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행 리스크는 그만큼 더 커졌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는 만큼 흥행에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작들이 대부분 성수기를 겨냥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의 악순환이 재연될 위험성도 크다. 2018년 추석 시즌에는 ‘안시성’ ‘명당’ ‘물괴’ ‘협상’ 등 100억원 이상 영화가 한꺼번에 나와 흥행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한 투자배급사 대표는 “단발성 작품에 많은 돈을 투입하면 위험성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할리우드처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프랜차이즈물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