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m 칩인 이글 임성재 "엘스 단장이 드라이버 티샷 권했다"

"3번 아이언으로 티샷하려는데, 어니 엘스 단장이 드라이버로 치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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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륙 간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처음 출전해 첫날부터 승전고를 울린 임성재(21)는 1번 홀(파4·373야드)에서 짜릿한 칩샷 이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티박스에서 홀까지 내리막인 1번 홀은 드라이버로 정확하게만 보내면 그린 앞까지 볼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조금만 티샷이 빗나가도 그린이 보이지 않는 덤불로 볼이 날아가고, 그린 좌우에 깊은 벙커에 버티고 있어 드라이버 티샷은 부담스러워 아이언 티샷을 선택하는 선수가 많다.

임성재가 드라이버로 티샷한 볼은 그린 앞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홀까지는 약 25m. 60도 웨지로 살짝 띄워 보낸 볼은 그린에 떨어져 구르더니 컵 속으로 사라졌다.

이글을 잡아낸 임성재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임성재는 "내리막이 심했지만, 스핀이 원하는 만큼 딱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임성재는 "안전하게 3번 아이언으로 티샷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엘스 단장이 다가오더니 '드라이버로 치라'고 하더라. 그게 더 나을 거라고 했다"고 밝혔다.

연습 라운드 때도 1번 홀에서 한 번도 드라이버 티샷을 해본 적이 없던 임성재는 엘스의 권유에 따라 드라이버를 잡았고 결과는 기선을 제압하는 이글이었다. 임성재는 "드라이버가 똑바로 날아가 나도 놀랐다"면서 "이글이 되는 걸 보고 '상대편에게 한 방 먹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임성재는 1홀 차로 지고 있던 9번 홀(파4)에서 2m 파퍼트를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강심장을 뽐냈다.

"9번 홀에서 상대 선수 2명과 내 파트너가 모두 파퍼트에 실패했다"는 임성재는 "그걸 넣지 못했으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출전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떨리지 않았다는 임성재는 "정말 재미있었다.

끝까지 흥미진진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첫 출전 경기치고는 딱히 흠잡을 건 없었다"면서 "중간에 내 샷이 흔들릴 땐 파트너인 애덤 해드윈이 잘해줘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임성재는 "내일 포섬 경기에서는 수비 위주의 안전한 플레이를 펼치겠다"면서 "역시 겪어보니 이 코스에서는 타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프레지던츠컵에 처음 출전한 안병훈(28)은 "떨리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치렀다"면서 "함께 경기한 애덤 스콧은 오늘 아침 식사를 같이 했는데 경기 도중 내 긴장을 많이 누그러뜨려 줘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