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4+1'서 막판 조율…예산안 이어 선거구 획정도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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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3일 선거법·예산부수법안 상정더불어민주당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을 뺀 야 4당과 막판까지 최종 단일안을 조율했다. 특히 이견이 심한 선거법 개정안의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본회의 전까지 한국당과의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극적으로 합의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제 막판 줄다리기
한국당과 막판 협상 '변수'
민주당, 선거법부터 상정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3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대로 선거법, 검찰개혁법을 비롯한 개혁법안과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 및 예산부수법안을 일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선거법 개정안→검찰개혁 법안→유치원 3법 등의 순서로 상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이들 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더라도 예비후보 등록일인 오는 17일 전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법안은 회기가 끝나면 다음 회기 때 자동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10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때 야 4당 공조에 힘입어 156명의 찬성표를 확보했다.
4+1 막판 줄다리기‘4+1’(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지역구 의석수 250석, 비례대표 50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란 큰 원칙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각 당 주장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명 중 25명은 연동형 비례로, 나머지 25명은 정당 득표 비율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정의당 등 나머지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 5% 미만 정당에는 비례대표를 배분하지 말 것을 주장하지만, 야 4당은 3% 미만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아쉽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해 주는 석패율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민주당은 권역 단위로, 나머지 정당은 전국 단위로 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4+1 협의체 회동 후 “아직 합의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성엽 대안신당 의원은 “이견이 좁혀진 게 없어 원내대표단이 만나 전체적으로 타결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 합의에 나설까한국당은 여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상정 움직임에 비판을 쏟아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정당선거법학회 주최 ‘공직선거법 및 공수처법 제·개정안의 위헌성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좌파독재를 완성하려는 불법 법안”이라며 “4+1이라는 엉터리 불법 조직을 통해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 외에 마땅한 전략이 없는 게 고민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해온 한국당이 ‘연동률 40% 적용’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선 안 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꽤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심 원내대표는 “실제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4+1 협의체’에 협조해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이유다. 야당의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2015년 이후 4년여 만이다.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의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번 소추안에는 한국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의 의석수(108석)로 소추안 발의는 가능하지만, 재적의원 과반(148석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