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16일 시진핑 만나…재신임 여부 주목

시위 대응 방안·국가안보법 등 논의 가능성…'교체설'도 나와
"美 홍콩인권법 시행으로 홍콩 '달러 페그제' 위험" 분석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서 재신임을 받을지 주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는 14일 베이징으로 가서 16일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에게 올 한해의 업무보고를 한 후 다음 날 홍콩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특히 홍콩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를 당한 상황이어서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그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할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친중파 진영의 선거 참패와 홍콩 시위 사태의 지속에 대한 책임을 물어 행정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홍콩 학자인 브루스 루이는 "선거 참패에 더해 람 장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 지도부가 행정장관 교체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람 장관이 남아 있을 경우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람 장관의 교체가 홍콩 정국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가 유임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달 4일 상하이에서 람 장관을 만난 시 주석은 그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했다.중국 지도부는 람 장관과 만남에서 향후 시위 대응 방안과 내년 9월 입법회 선거 전략 등에 관한 지침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추진을 지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0일 기자회견 때 람 장관은 베이징 방문 때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국가보안법 도입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시 주석이 주재한 지난 10월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지난 1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장문의 기고에서 홍콩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한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서명으로 홍콩의 '달러 페그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콩은 지난 36년 동안 미국달러 대비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 가치가 움직이는 달러 페그제를 채택해 왔으며, 홍콩 금융관리국은 통화정책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동해 왔다.

하지만 시위 사태 등으로 자본 유출이 이어지고 경기 하강이 심해지면 달러 페그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투기 세력은 최근 홍콩달러에 대한 공매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홍콩인권법 시행 등으로 홍콩 문제를 대중국 압박용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달러 페그제가 위험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SCMP는 "중국과 관계가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과 은행에 달러와 홍콩달러의 교환 중단을 지시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대규모 자본 유출 등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는 붕괴하고, 세계 금융시장에는 '핵폭탄'과 같은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