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 합의에 한숨 돌린 車·배터리…관세전쟁 막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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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외신 미중 무역협상 1단계 서명 보도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과 관련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하면서 자동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중국, 美자동차 25% 관세 부과 않을 듯
▽ 현대·기아차도 관세 철회 예의주시
▽ 테슬라 中사업 확장 가속도 붙을듯
12일 블룸버그·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의 1단계 합의안에 서명했고 공식 발표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우선 미국 무역 협상단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합의안에는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 확대 약속 등이 포함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양국은 합의를 위한 조건에는 동의했지만 법률적 문서는 최종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도 이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로 중국에 압력을 넣자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자동차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불똥은 한국, 유럽, 일본 자동차 업체에 튈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왔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에서 현재 미국 자동차 업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승용차정보연석회의(CPCA)의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 벤츠를 앞세운 독일과 도요타 중심의 일본 브랜드가 1~5위권을 형성하며 강세를 보인 반면 미국 업체는 10위권 이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 관세부과는 직접적인 타격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수입 자동차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 내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꾸준히 언급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십년동안 미국 자동차 업계는 다른 나라에 일자리를 잃어 왔다. 충분히 오래 참았다"고도 적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외국 브랜드에 자동차 관세를 터뜨릴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다. 관세폭탄의 주 타겟이 일본과 유럽, 중국이라고 하지만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기차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자국 전기차 시장을 미국에 개방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치를 기존 '20% 이상'에서 25%로 상향하고 2035년 목표치는 기존 60%에서 '대다수'로 높이는 등 전기차 시장 육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중국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지난 6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중형 전기차 세단 모델3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테슬라의 투자에 화답했다.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 기업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했다. 한국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를 쓰는 테슬라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합의에 실패했을 경우 중국에서 테슬라의 영업 활동에 제한이 걸리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LG화학 등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오늘 나온 블룸버그·로이터의 보도로 일단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숨통이 트였다는 말이 나온다.
강경주/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