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찬양' 국가보안법 위반 남성 재심서 38년 만에 무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故) 홍모(1953∼2018)씨가 3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부(노현미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홍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홍씨는 1981년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 8월과 자격정지 1년의 형이 확정됐다.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홍씨는 1981년 7월 27일 오후 11시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김일성 원수가 정치를 잘한다.

역시 영웅은 영웅이다"라고 말한 데 이어 지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말하며 항의하자 "박정희가 뭐를 잘했다고 영웅이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검찰은 홍씨가 반국가단체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이 매우 추상적으로, 해당 발언만으로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된다거나 국가의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당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영장주의를 위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홍씨는 2017년 9월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듬해 사망했다.

이후 홍씨의 아내가 2018년 12월 재심을 다시 신청, 올해 2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