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홀로 선 씨엘, '3년 공백' 설움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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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앨범 '사랑의 이름으로' 발표공주. 가수 씨엘(사진)은 그랬다. ‘YG 공주’라 불리며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걸그룹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도 누렸다. 무대 위에선 늘 당당했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며 인기의 정점도 찍었다.
'+던(DONE)161201+' 해외 반응 후끈
홍콩·싱가포르 등 9개국 아이튠즈 1위
"누군가 선택해주길 기다리지 않을 것"
하지만 씨엘은 공주로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왕의 자리로 걸어가기를 선택했다. 다시 돌아 원점에 섰지만 씨엘은 여전히 당찼다. 그 우아하고 당찬 첫걸음이 지난 4일 시작한 프로젝트 앨범 ‘사랑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Love)’다.프로젝트 형식의 ‘사랑의 이름으로’에는 씨엘이 작사·작곡한 여섯 곡이 담겼으며, 매주 두 곡씩 3주에 걸쳐 발매된다. 13일까지 타이틀곡 ‘+던(DONE)161201+’을 포함해 네 곡을 공개했다. 이번 앨범은 씨엘이 10년 넘게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결별한 뒤 약 한 달 만에 내는 신보이자 3년 만의 공식 활동이다.
씨엘은 2009년 박봄, 산다라박, 공민지와 함께 투애니원(2NE1)으로 데뷔했다. 투애니원은 그룹 빅뱅과 협업한 첫 싱글 ‘롤리팝(Lollipop)’부터 ‘파이어(Fire)’ ‘아이 돈 케어(I don’t care)’까지 연이어 히트하면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론리(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씨엘은 솔로 활동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3년 솔로 데뷔곡 ‘나쁜 기집애’로 글로벌한 인기를 얻었고, 그 기세를 몰아 2014년 미국에 진출했다. 2016년 발표한 싱글 앨범 ‘리프디드(LIFTED)’는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K팝 가수를 대표해 폐막식 무대에도 올랐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투애니원은 2014년 활동을 중단했고, 2년 뒤 해체했다. 씨엘은 여전히 YG 소속이었기에 솔로 활동을 기대했지만 팀 해체 후 단 한 장의 앨범도 내지 못했다. 양현석 전 총괄프로듀서에게 앨범을 내달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달 YG를 떠난 씨엘은 3년 공백의 한을 풀 듯 만들어뒀던 노래를 바로 발표했다. 홀로서기의 첫걸음인 ‘사랑의 이름으로’는 2016년 투애니원의 해체부터 YG를 떠나기까지 3년간 작성한 일기 형식의 앨범. 그래서 각 곡의 제목 뒤에 그 곡을 작업한 날짜를 함께 표기했다.특히 ‘+던(DONE)161201+’에는 씨엘의 솔직한 심경이 담겼다. ‘넌 내가 밉겠지만/ 날 잊을 수 없겠지만/ 이미 기회를 놓쳤어/ 너 같은 놈은 깔렸어’ ‘제발 연락하지 마/ 전화 좀 하지 마/ 후회할 거라/ 내가 말했었잖아 바보’. 앨범을 내주지 않았던 YG를 저격하는 듯한 직설적인 가사로 통쾌함을 준다.
‘+던(DONE)161201+’은 발매 당일 네이버뮤직 톱10에 진입했고 멜론 등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톱30에 들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공개 다음날 홍콩, 싱가포르 등 9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랐다. 칠레 등 4개국 2위, 인도네시아에서는 3위에 올랐으며 42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00위 안에 진입했다.씨엘이 직접 편집한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던(DONE)161201+’ 뮤직비디오에는 투애니원 멤버는 물론 빅뱅의 태양, 가수 이하이, 엄정화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블랙아이드피스 타부(Taboo) 등 해외 유명인도 대거 출연했다. 씨엘은 이들이 직접 찍어 보내준 영상을 편집해 의미 있는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던(DONE)161201+’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동시에 80만 뷰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할머니가 항상 해주시는 말씀처럼 씩씩하고 당당하게, 누군가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씨엘로 돌아가 하나씩 스스로 해나갈 거예요. 제가 경험한 시간과 추억, 감정을 함께 나눌 생각에 오랜만에 신나고 설렙니다. 이 세상 모든 씨엘을 위해. 사랑의 이름으로.”
우빈 한경텐아시아 기자 bin06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