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 보고 만든 오염방지 기술 나왔다
입력
수정
지면A20
정훈의 울산과기원·이상준 포스텍 교수바다에 사는 가오리는 몸을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면서 모래 등 이물질을 털어낸다. 이 원리를 이용해 물질 표면의 오염을 막는 기술이 나왔다.
자석에 잘 달라붙는 복합소재 이용
가오리같이 유연한 오염방지 물질 개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려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와 이상준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자석에 잘 달라붙는 복합소재를 이용해 가오리 몸체같이 유연한 오염방지 물질(사진)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가오리가 파도타기를 하듯 몸 모양을 바꾸며 이물질을 털어내는 모습에서 착안한 자연생체모사기술이다.연구팀에 따르면 가오리는 몸 양쪽에 달린 커다란 지느러미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표면에 소용돌이 흐름(와류)을 만든다. 이 소용돌이는 오염물질이 표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천연 보호막 역할을 한다. 가오리가 헤엄칠 땐 소용돌이뿐 아니라 ‘빗자루질’ 효과도 나타난다. 몸통 표면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전단응력’이 빗자루처럼 표면을 훑어 오염물질 부착을 막는다.
연구팀은 카르보닐 철 입자 등을 포함한 자석반응 복합소재, 폴리우레탄 아크릴레이트 등을 이용해 가오리 움직임과 같은 효과를 내는 오염물질 방지소재를 만들었다. 자석반응 복합재는 인공근육, 폴리우레탄 아크릴레이트는 피부 역할을 한다.자석을 움직여 자기장을 이동시키면 인공근육이 수축 또는 이완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인공근육 수축과 이완의 깊이와 주기를 조절해 오염물질의 부착을 최소화하는 조건도 찾아냈다. 소용돌이 흐름과 전단응력이 물 없이도 나타나도록 유사 환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오염 방지가 필요한 의료기기나 해양 구조체, 선박 표면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