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로보틱스 독립시켜 '1兆 기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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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넘어 로봇사업 승부수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인 로봇사업을 강화한다. 로봇사업부문을 지주회사에서 독립시켜 신규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매각하고 받는 1조4000억원은 그룹 내 신사업 육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 신규 법인 설립
내년 유럽지사 열고 해외 공략
2024년 글로벌 톱5 업체 목표
가정용 '서비스로봇'도 개발 나서
현대중공업지주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로봇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신규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현대중공업 내 로봇사업팀으로 시작해 자동차 제조용 로봇, 액정표시장치(LCD) 운반용 로봇 등을 개발했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지주사에 편입됐다 이번에 독립하게 됐다.
로봇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병원, 대형마트, 음식점 등 일상생활에 쓰이는 서비스로봇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로봇시장은 일본의 화낙·야스카와·가와사키, 독일의 쿠카 등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4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톱5’에 진입해 일본, 독일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667억원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자동화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이들 분야의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내년부터 연간 수주액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국내 물류시스템 전문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스마트물류자동화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내년 초 유럽지사 설립을 끝낸 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말 세계 최대 로봇시장인 중국에 진출했다. 올해 수주액 300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서비스로봇 개발에도 나선다. KT와 함께 개발·제작한 모바일서비스로봇 ‘유니(UNI)’를 다음달 호텔에 배치할 계획이다. 유니는 자율주행,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로봇이다.
현대로보틱스는 가정, 대형마트, 음식점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유성 현대로보틱스 대표는 “독립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로봇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강화,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전략적 투자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로보틱스를 독립시킨 뒤 신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실탄도 마련했다. 다음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매각한 자금 1조4000억원이 들어온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로봇사업 외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힐 만한 사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김보형 기자 bebop@hankyung.com